레게의 제왕 '밥 말리' 환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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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레게의 대명사 밥 말리가 '부활' 했다. 지난 81년 36세로 요절한 말리가 생전에 남겼던 음성에다 그의 며느리인 힙합 스타 로린 힐, 아들 스티븐 형제 등이 보컬을 덧입혀 멋진 헌정음반 '챈트 다운 바빌론' (유니버설-국내발매)을 만든 것. 이런 녹음 형식은 고인이 된 냇 킹 콜의 음성에 딸 나탈리 콜의 보컬을 얹은 '언포겟터블' , 존 레넌의 음성에 비틀스의 남은 세 멤버가 화음을 실은 '프리 애즈 어 버드' 등에서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음반은 그런 기술적 화제보다는 20세기를 빛낸 팝아티스트의 하나임에도 백인 뮤지션들에 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말리를 훌륭하게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12곡 전곡이 말리와 말리의 맥을 이으려는 후배 뮤지션들의 듀오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자(死者)와 살아있는 사람간의 대화이며 말리 음악혼의 육화(肉化)이다.

말리의 두 아들로 이뤄진 듀오 '말리 브라더스' 가 부른 '킹키 레게' 를 비롯, 지난해 그래미를 휩쓴 힙합 여왕 힐이 참여한 '턴 유어 라이츠 다운 로' , 여가수 에리카 바두가 유연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 모어 트러블' , 멜로디 랩으로 유명한 그룹 '본 석스 앤 하모니' 멤버 크레이지 본이 부른 '레벨 뮤직' 등이 특히 뛰어나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레게의 제왕이 남긴 유산을 지금의 감각으로 재현한 수작" 이라며 "국내에도 일찍 세상을 떠나 정당한 자리매김이 안된 음악인들을 위해 이런 고품질의 헌정음반이 나와야한다" 고 지적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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