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 선풍 이끈 다나카 후미아끼 - '밀레니엄 개척자'로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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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화면에 화살표가 나타난다. 그 방향대로 왼쪽, 오른쪽 그리고 앞뒤로 깡총깡총 뛰면서 박자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게임이 끝나면 '춤솜씨' 점수가 화면에 뜬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DDR(Dance Dance Revolution)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최근에는 "다이어트에는 DDR이 제 격" 이라며 주부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다이어트 다이어트 레볼루션' 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선풍적인 DDR 붐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일본의 평범한 회사원 다나카 후미아키(田中富美明.39.사진)다. 그는 최근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가 선정한 '밀레니엄을 개척하는 이재(異才)' 로 꼽혔다. DDR같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이 21세기 비즈니스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게임기 회사인 코나미사의 평사원이었던 그는 1997년 집 앞 오락실에서 DDR에 착안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가정용 게임기 기술이 크게 향상되면서 오락실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던 때였다. "가정용 게임기에는 없는 '즐거움' 을 오락실에서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하나의 답을 찾았다. 그것은 "주위의 사람들과 하나가 돼 즐길 수 있는 게임" 이었다.

그는 춤을 추는 고객도 즐겁고 구경하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DDR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사내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누가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게 춤을 추겠느냐. 그것도 보수적인 일본인들이…" 라는 것이었다. 시제품을 만들어 판매담당자들에게 보여줬을 때도 "면적을 많이 차지해 오락실에서 사지 않을 것" 이라며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다나카는 "반드시 팔린다" 며 포기하지 않고 이를 관철시켰다. 난산 끝에 DDR이 시중에 출시되자 일본 도쿄.오사카의 지하철역.카페.백화점은 온통 DDR에서 깡총깡총 뛰는 젊은이와 직장인들로 메워졌다.

다나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정용 DDR 보급에 나선 것이다. 주변에서는 "가정용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업무용의 매출이 줄어든다" 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 스테이션용 DDR을 개발하고 고객이 직접 자신의 스텝을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카드를 보급했다. 오락실에 가서도 메모리 카드를 본체에 삽입하면 가정용 DDR로 연습한 자기의 독자적인 스텝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나카 덕분에 코나미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83%, 경상이익이 6백40%나 증가했다. 다나카는 DDR의 성공을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든 피아노 같은 악기를 배워 익숙해지게 되면 사람들 앞에서 자랑을 하고 싶어지죠. DDR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평범한 진리를 응용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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