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파는 소녀' 전국 5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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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의 집중 단속에도 미성년자 매매춘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추산에 따르면 전국의 매춘업소는 60여 지역에 40여만 곳이고, 매춘 종사자는 1백5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 업소의 연간 총 매출액도 4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매춘 여성의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외국인을 상대로 한 섹스 관광이 판을 치고 국내 경기의 거품이 최고치였을 때 윤락업 종사자의 70~80%를 10대가 차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윤락가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단속마저 강화돼 최근 미성년자 비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윤락여성 3명 중 한명은 미성년자라고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국에 약 50만명의 미성년자가 매춘업에 몸을 담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미성년자 매매춘이 극성을 부리는 주된 원인은 상대적으로 임금은 저렴하면서도 소위 '영계' 에 대한 수요는 식을 줄 모르기 때문.

검찰과 경찰 단속 때마다 적발되는 미성년자 윤락여성 가운데 중학생에 해당하는 16세 미만이 30%를 차지하는 등 매춘 청소년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 종암경찰서와 성북구청이 합동으로 '미아리 텍사스' 의 10여개 대형 업소를 단속한 결과 적발된 43명의 접대부 중 21명이 미성년자였으며, 이중 16세 미만이 4명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가출 여학생이었으며,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나이를 속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 서울 미아리.천호동 등 대표적 윤락가에 대한 단속이 한층 강화되면서 미성년자 매매춘이 윤락가를 벗어나 도심이나 위성도시의 유흥주점.단란주점 등으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실제로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한햇동안 미아리 텍사스를 떠나 파주시 용주골에 정착한 업소가 40여곳에 이른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나 무선호출기로 손님과 미성년자 윤락여성을 연결해 주는 '영계 보도방' 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10대 여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 '명함영업' 등의 형태로 윤락업소에 몸담지 않고 행하는 매매춘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미성년자 고용업소들은 대부분 비상탈출구와 방탄유리 등을 설치해 놓거나 담당 공무원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등 '유사시' 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 그만큼 근절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 윤락여성들은 한번 잘못된 길에 빠진 뒤론 폭행과 채무의 굴레에서 거의 감금상태로 지내는 등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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