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박테리아가 멸종 않는 이유는? 생각이 없으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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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황색 포도상구균. 콧 속 상피세포에 있는 것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
빈스 에버르트 지음
조경수 옮김, 이순
268쪽, 1만3000원

지은이가 거듭 강조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웃지 마, 나 과학책이야!”라고. 양자역학, 유전자, 뇌의 전전두피질 같은 용어가 난무하니 분명히 과학책은 맞는데, 과학책 보며 키득거릴 일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과학적 소양이나 지식이 풍부해서가 아니다. 순전히 지은이의 입담 덕분이다.

물리학을 전공하고는 경영컨설턴트로도 일했다는 지은이의 현재 직업은 과학 카바레티스트. 우리 식으로 풀면 극장식당에서 공연하는 과학개그맨이라 하겠다. 아닌 게 아니라 책을 읽어보면 “코미디와 물리학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란 평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십 억년 동안 살아남은 박테리아와 미생물의 장수비결은 “분수를 알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되도록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바보들은 절대 멸종하지 않는단다.

뇌에 관한 통념 깨뜨리기엔 이런 것도 있다. 흔히 “우리는 두뇌의 10%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들 한다. 이를 빌미로 온갖 두뇌계발 강좌나 관련서적이 난무하지만 이는 당신의 호주머니 속 돈을 털어가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10% 신화’ 바탕에는 ‘자동차 엔진처럼 기계는 가능한 한 고속 회전할 때 최대 능력을 발휘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지만 완전히 허구란다. 인간의 뇌는 엔진과는 달리 에너지 절약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며 생각할 때 늘 모든 신경세포의 극히 일부만 활동하는 것은 축복이란다. 그러면서 툭 던진다. 두뇌의 모든 뉴런이 동시에 활동하는 것은 치명적인데 이는 간질 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다이어트 붐도 헛소동에 불과하다. 수면 부족이나 과잉 영양섭취, 혹은 운동 부족이 과연 비만을 일으키는지 실제로 확인된 것은 없단다. 또한 “사람들이 갈수록 뚱뚱해진다”는 단언도 우선 과거 체중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사실상 없기에 근거 없는 이야기로 치부해야 마땅하다고 한다. 대신 체중은 대부분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정설인 만큼 여성지의 다이어트 팁은 “먹는 양을 반으로 줄여라”가 아니라 “다른 조부모를 찾아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웃음을 자아내는 구절이 적어도 두 페이지 당 하나는 실린 이 책은, 그러나 만만치 않다. 로또, 여행, 다이어트 등 일상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면서 무식한 정보, 어설픈 지식, 얼치기 교양을 통렬하게 비틀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스테디셀러인 정재승 박사의 『과학콘서트』를, 빼어난 해학을 보여주는 빌 브라이슨 식으로 버무려 낸 책이라 할 수 있다. 신선하고 유익하면서도 매우 유쾌한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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