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길서 억류 10시간 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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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가 4일 오전 김정일(金正日)체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북한측에 10시간 가량 잡혀있다가 풀려난 韓모(38.여.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씨는 몸져 누워버렸다.

韓씨는 6일 오전 본사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사죄서를 쓰라고 요구한 북한측 조사요원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울렁거려 5일 집에 도착한 후 이틀째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관광 이틀째인 4일 낮 12시쯤 만물상으로 들어가는 제2주차장에서 북한 여자 안내원에게 끌려갔다.

이유에 대해 그는 "북한은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만 잘 먹고 산다고 말하면서 '수령' '장군'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은 점을 트집잡혔다" 고 밝혔다.

연행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려는 안내원과 승강이가 벌어졌고 반입금지 물품인 휴대폰을 빼앗겼다.

승합버스 안에서 조사요원이 사죄문을 요구해 써주었는데 "당황해 어떤 내용을 썼는지 기억할 수 없다" 고 그는 당시 상황을 말했다.

韓씨는 이어 오후 6시쯤 장전항 인근 사무실로 끌려가 또 사죄문을 썼다는 것.

그는 "조사요원 5~6명이 있었고 한 남자가 김일성의 인정 넘치는 통치이념을 선전했다" 고 밝혔다.

이어 韓씨는 포기상태로 그 남자가 제시한 내용에 따라 '체제를 비판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 는 내용으로 두번째 사죄문을 써주었다.

그는 "이때 북한측 조사요원들이 험악한 인상을 지었으며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며 몸서리쳤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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