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창호' 꿈꾸는 유망주 목진석4단·박지은2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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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000년에도 바둑계의 지배자는 이창호9단일 것이다. 함께 경쟁하는 프로들조차 그렇게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엄동한설에도 풀뿌리는 봄을 준비하는 법. 도약을 꿈꾸는 두사람의 유망주를 신년 벽두에 만났다.

포스트 이창호의 선두주자 목진석4단(20)과 여류바둑계의 강자 박지은2단(17). 목4단은 지난해 신인중에서 최고였다. 본격 신문기전에서 이창호와 첫 도전기를 치렀고 신예10걸전에서 우승했으며 삼성화재배.LG배.후지쓰배.춘란배.농심배 등 모든 세계 대회의 본선에 올랐다.

연말엔 최다승(61승)과 최다연승(14연승), 두 종목에서 기록상을 받았고 최다대국에 상금 6위를 기록했다.

박지은2단은 우승은 한번도 못했지만 지난 한햇동안 36승25패를 거둬 여자기사 중 최다승을 올렸다. 그중 20승이 남자에게 거둔 것. 또 서봉수9단을 꺾으며 여성으로는 사상 처음 기전의 본선에 올라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기사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과 잠재력을 보여줬다.

[목진석4단]

- 올해의 목표는.

"신예대회말고 왕위전같은 큰 기전의 우승컵을 차지하는 일이다. "

- 이창호9단을 꺾어야 우승할 수 있는데….

"94년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래 창호형은 언제나 구름 위의 존재였다. 우리들의 목표이고 이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처음으로 마주친 결승전은 꿈꾸듯 정신이 없었다. 다시 만난다면 다를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

- 이창호9단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최고의 강점이다. 진정 부럽다. 약점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

- 목4단은 동료나 선배들이 '목고수' 라 부른다. 그 이유는.

"호기심이 많아 이것 저것 많이 하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는 오직 바둑 외길로 정진할 생각이다." (목4단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잘하고 노래.농구.당구.테니스.볼링 등 많은 취미를 갖고 있다. 팔굽혀펴기가 안되자 하루에 한개씩 늘려나가 지금은 한번에 1백회를 한다. 좋아하는 가수는 SES.)

- 라이벌로 생각하는 기사는.

"연구생 시절부터 안조영5단과 경쟁해왔다. 가장 친한 친구면서 경쟁자다. "

- 지난해 61승으로 최다승을 거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승리는 무엇인가.

"왕위전에서 생애 처음 조훈현9단을 꺾었을 때 가장 기뻤다. 그러나 연말에 여성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에게 졌을 때는 실망이 컸다. "

- 비정한 얘기지만 만24세까지 빅타이틀을 따내지 못하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게 바둑계의 통설이다. 목4단은 이제 20세니까 앞으로 4년 남은 셈인데 자신있는가.

"창호형 말고도 조훈현9단.유창혁9단 등 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바둑 외길로 정진해 올해는 꼭 무언가를 해내겠다. "

[박지은2단]

-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누구인가. 또 이유는.

"조훈현9단이다. 바둑이 마음에 든다. "

- 자신의 스타일은.

"남들이 전투형이라고 한다. 중반에 자신이 있다." (자그마한 몸집에 귀염성있는 얼굴인데 말투는 꽤 투박하다. )

- 97년 입단한 이후 여류대회에선 매번 우승 0순위로 꼽혔는데 왜 아직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나.

"덜렁대서 실수하고…사실은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탓이다. "

- 지난해 여자중에선 가장 많이 두고(62국), 가장 많이 이겼다(36승). 이 정도면 돈도 꽤 벌었을텐데 주로 어디다 썼나.

"부모님 드리고, 친구들과 노는데 쓰고…. "

- 일인자인 이창호9단도 계속 노력하는데 왜 공부하지 않는가.

"놀고 싶었다. 채리나와 문희준 같은 좋아하는 가수들 노래도 부르고 PC게임방도 가고…그렇지만 노는 것도 이젠 그저 그렇다. 올해부턴 열심히 바둑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

- 2000년의 첫 목표는.

"여류국수다. "

- 여류국수가 되려면 중국의루이나이웨이 9단을 이겨야 하는데.

"芮9단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 그를 꺾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

- 여류 최강이 되는데 다른 라이벌은 또 누구인가.

"芮9단이다. "

- 芮9단말고는 없나.

"(한참 뜸들이다가)그 외에 권효진2단이 매우 침착해 까다롭게 느끼고 있다. "

- 여류국수 다음의 목표는.

"세계여류대회 우승이다. 그 다음은 밝힐 수 없다. "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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