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팀플레이 눈뜬 전태풍의 KCC, 관록의 주희정이 이끈 SK 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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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채기에 성공한 KCC 전태풍(오른쪽)을 SK 주희정이 사력을 다해 막고 있다. 가드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잠실 경기에서 전태풍은 18득점·6어시스트로 8득점·6어시스트에 그친 주희정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잠실=연합뉴스]

‘태풍’과 ‘번개’의 첫 맞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태풍 가드’ 전태풍을 앞세운 KCC가 5일 원정 경기에서 ‘번개 가드’ 주희정이 이끄는 SK에 96-76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부는 전태풍과 주희정이 아니라 골밑과 3점포 싸움에서 갈렸다. KCC의 하승진이 리바운드 11개를 걷어 냈고 강병현이 17점(3점슛 4개)을 터뜨렸다. KCC는 2쿼터에서 10점 차 이상으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생각대로 안 되는’ 주희정=주희정은 이날 경기 직전 등 번호를 바꿨다. 그는 오랫동안 써 왔던 9번을 버리고 25번 유니폼을 입었다. 잘나가던 팀이 5일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 3패를 기록하며 부진하자 분위기 전환이 절실해서였다. 김진 SK 감독은 최근 표정이 어둡다. 속공이 잘돼야 살아나는 주희정이 신바람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맨들의 발이 느리고, 슈터 이병석도 스피드가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방성윤은 발목 부상 중이고, 광대뼈를 다친 김민수는 마스크를 쓴 채 뛰고 있다. 시즌 초반 연승을 달리며 ‘주희정 효과’에 웃었던 SK는 최근 상대 팀이 주희정을 집중 견제하기 시작하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CC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CC에는 ‘느림보 센터’ 하승진이 있지만 그를 제외한 스피드는 오히려 KCC가 한 수 위였다. SK는 앞선의 스피드에서는 KCC보다 밀렸고, 골밑에서는 하승진(12점)과 마이카 브랜드(22점)가 버티고 있는 KCC를 당해 내지 못했다. 주희정은 8점·6어시스트로 고군분투했지만 4쿼터에 사실상 승부가 갈리자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다.

◆전태풍 ‘지금은 적응 중’=허재 KCC 감독은 SK전을 앞두고 전태풍에게 특명을 내렸다. 허 감독은 “전태풍은 속공 찬스에서 패스를 하지 않고 무조건 3점슛을 던지는 습관이 있다. 다른 건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 제발 그것만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전태풍은 경기 초반 이 버릇을 노출했다가 전반에 9분밖에 뛰지 못했다.

후반 들어 다시 투입된 전태풍은 욕심을 버리고 센터들에게 공을 투입했다. 하지만 화려한 공격이 주특기인 전태풍은 역시 공격에서 빛났다. 그는 3쿼터 3분께 주희정의 공을 가로챘다가 동료가 슛에 실패하자 직접 달려들더니 주희정의 수비를 달고 기어이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또 3쿼터에는 질풍 같은 드리블에 이은 3점슛을 연속 2개 꽂아 넣으며 승부를 갈랐다. 동료의 도움을 제대로 받은 쪽도 전태풍이었다. 주희정을 찰거머리 수비한 임재현이 6어시스트를 배달했고, 강병현이 17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전태풍은 18점·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은경 기자

◆프로농구 전적 (5일)

▶서울 KCC(5승4패) 96-76 SK(5승4패)

▶안양 KT&G(2승6패) 85-81 오리온스(2승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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