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00일 앞으로] 의원들이 전하는 '민심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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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심이 상상 이상으로 흉흉하다. 국민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 밀레니엄 연휴기간 중 귀향활동을 벌인 여야 의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정치불신은 지역이나 여야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이협(李協.전북 익산을)의원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하면 면전에서 '현역들은 모두 갈아치워야 한다' 며 노골적으로 정치인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놀랐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경북 안동갑)의원은 "극심한 정치불신 때문에 반여(反與)정서가 곧 한나라당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 했다. 이양희(李良熙.대전 동을)의원은 "현역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선거가 걱정될 정도" 라고 전했다.

의원들은 그러나 선거전망에 대해서는 정당과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경우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저마다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했다.

국민회의 김상우(金翔宇.서울 광진갑).이윤수(李允洙.경기 성남 수정).서한샘(인천 연수)의원 등은 "지난해 바닥을 친 민심이 호전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구속 등을 통해 옷 로비 사건을 매듭짓고, 김대중 대통령이 대화합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서울 성동갑).박명환(朴明煥.서울 마포갑).조진형(趙鎭衡.인천 부평갑)의원 등은 "검찰이 옷 로비 사건을 잘못 처리하고, 여당이 언론장악 문건 국정조사를 회피해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엇비슷하게 나오는 것도 실정(失政)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가 강세인 호남에선 '현역 물갈이론' 이 의원들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국민회의 김영진(金泳鎭.전남 강진 - 완도)의원은 "전남북 할 것 없이 현역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고 전했다.

영남을 다녀온 여당 의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민련 박철언(朴哲彦.대구 수성갑)부총재는 "반(反)DJ정서가 더욱 심해졌다" 며 "개인의 상품성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고 했다.

경남 창녕 출마의지를 갖고 있는 국민회의 김태랑(金太郞.전국구)의원은 "여당에 대한 지역민심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았다" 고 전하며 "지역발전 공약으로 파고들 생각"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부산 동래갑)의원은 "여권의 편파인사에 대한 불만이 가장 심각하다" 고 전했다.

충청권은 대전.충남권과 충북권이 차이가 있다는 게 의원들의 소개다.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충남 당진)사무총장은 "김종필 총리가 합당불가를 천명한 이후 자민련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당 구천서(具天書.충북 청주 상당) 부총재는 "옥천조폐창 이전, 충북은행 퇴출, 호남고속철도 청원(오송)역사 계획 무산설 등으로 민심이 악화됐다" 고 상반된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충북 청원)의원은 "충북에서는 녹색(자민련)바람이 수그러들었다" 고 주장했다.

이상일.이정민.이수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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