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신대륙' 21세기로 맞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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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는 새 해를 맞아 새천년준비위원장(위원장 이어령).사이버중앙과 공동으로 '21세기로 맞추자' 연중기획을 시작한다.

'21세기를 맞추자'는 새 천년의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우리의 모든 생활시스템을 미래지향적 가치 중심으로 점검하고 우리에게 맞는 '스탠더드'를 만들어가며 2세기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지혜를 모색하는 토론장 역할을 하게 된다.

매달 하나의 대주제를 제시하고 매주 이와 관련한 토론 주제를 하나씩 설정, 한달에 네차례씩 전문가는 물론 독자들도 참여하는 토론을 지상과 인터넷상에서 벌인다.

연중기획 '21세기로 맞추자'에 대한 이어령 위원장의 문제 제기와 1년간의 주제 및 참가방법을 소개한다.

[다섯가지 밀레니엄 코드]

콜럼버스가 맨 처음 세인트 도밍고 섬에 상륙했을 때 그는 종달새 소리를 들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그 신대륙의 종달새는 스페인의 종달새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운다고 평했다.

하지만 그 섬에는 종달새란 없었다.

단지 콜럼버스가 처음 듣는 새소리를 구대륙의 종달새 소리로 들은 것뿐이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의 신대륙에 첫발을 디디고 있다.

무(無)를 나타내는 0이 세개나 달려 있는 2000이란 그 숫자만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비우고 새로운 천년을 맞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20세기를 연장한 1999년 13월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과 행동의 모든 가치 시스템을 21세기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테베로 가는 나그네들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했던 것처럼 우리는 밀레니엄 코드를 풀어야만 21세기의 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밀레니엄 코드는 인간의 생명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이미 석가모니 때부터 제기된 중생의 사고(四苦)지만 앞으로 그 라이프 사이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밀려올 것이다.

본격화하는 유전공학 기술은 생명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식과 윤리를 무력하게 할 것이고 관습적 사고로는 적응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두번째 밀레니엄 코드는 인간의 생명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문제다.

이제 환경은 생명권(biospher)으로 그 차원이 바뀌어지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광범한 테마들과 연결된다.

그래서 공해와 같은 환경오염이 21세기에는 물리적 차원을 넘어 보다 깊은 인간 정신의 내면적 문제와 깊이 연관된다.

세번째의 밀레니엄 코드는 새 인간 새 환경이 만들어내는 행위의 함수, 즉 생산양식의 변화다.

물질생산에서 정보생산으로 커다란 생산양식의 줄거리가 바뀌어가면서 아톰은 비트로, 기계기술은 지식기술로 대전환을 이룩하게 된다.

이른바 정보사회.지식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네번째의 밀레니엄 코드는 그러한 행위를 꿰어가는 역사다.

고려가요 '서경별곡' 은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도 그것을 꿴 끈이야 끊어질 리 있겠는가 즈믄해(천년)를 홀로 지낸들 믿음(信)이야 그칠 이가 있겠는가" 라고 노래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불러야 할 테마곡은 바로 그 구슬의 끈이 끊기고 천년의 믿음이 사라지는 위기에 대처하는 문제들일 것이다.

대륙사관을 해양사관으로 변화시킨 부로텔이나, 신뢰를 사회자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후쿠야마의 전망도 밀레니엄 코드를 푸는 열쇠가 이미 아니다.

결국 마지막 물음 앞에 놓여 있는 것은 평화의 코드다.

과거 천년을 지배한 전쟁 패러다임이 평화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새 천년의 대모험이 시작되고 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상징되는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이제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글로벌 스탠더드와 같은 통합력이 일찍이 보지 못한 새로운 파워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다섯가지 밀레니엄 코드는 그동안 새천년준비위원회가 즈믄해의 손(다섯 손가락) 이미지로 '평화' '환경' '인간' '지식창조' '역사' 로 제시해 온 것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코드는 한 개인은 물론 어떤 단체나 조직에서 도맡아 풀어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국민 전체가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고 해결해야 할 즈믄해 수수께끼들이다.

그래서 중앙일보와 새천년준비위원회는 밀레니엄 코드들을 한달에 한 분야씩 쟁점화하고 그 중에서 구체적인 네가지 명제를 설정해 매주 전문가들을 초대, 토론을 벌이는 기획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21세기에 맞춰 살아가는 집 만들기, 길 만들기 그리고 세상 만들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행복 만들기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21세기 신대륙에서 우는 새 소리를 그 새소리로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21세기로 맞추자' 이런 주제를 다룹니다

▶1월 흔들리는 생명

▶2월 정보가 바꾸는 사회

▶3월 유전공학의 윤리

▶4월 생명을 살리는 환경

▶5월 붕괴되는 경제

▶6월 지식사회의 충격

▶7월 문화정체성의 위기

▶8월 변화하는 가족

▶9월 한글 대 영어 논쟁

▶10월 탈 학교교육의 쟁점

▶11월 국민국가의 운명

▶12월 토론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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