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Y2K대처 '빈익빈 부익부'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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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각국의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 오류)문제 대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미국.일본.유럽 등이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반면, 러시아.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은 팔짱만 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하이테크 관련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95년부터 2002년까지 전세계적으로 Y2K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3천2백억달러(약 3백68조원)로 추산된다.

이중 42%인 1천3백40억달러를 미국 혼자서 쓰고 있다.

서유럽은 1천40억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6백20억달러를 썼거나 쓸 예정이다.

나머지 동구.아프리카.남미 등 기타 지역이 쓴 몫은 다 합쳐봤자 1백90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 철저히 대비하는 선진국〓거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많은 미국이 Y2K대비 비용을 많이 쓴 것은 당연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시민들의 예금인출 사태로 초래될지 모를 금융경색을 막기 위해 1천억달러(약 1백13조원)의 현금을 시중은행에 풀었다.

백악관의 Y2K자문위원회도 30일부터 24시간 근무체제에 들어가게 되며, 국방부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핵무기 오발사 감시를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일본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40조엔(약 4백40조원)의 긴급자금을 준비해 필요할 경우 민간금융기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방위청과 경찰도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각 기업들도 상황실을 차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도 31일 총리관저에서 철야근무를 하면서 전국의 Y2K상황을 챙기기로 했다.

유럽 각국도 경찰과 군을 비상근무시키고 내각의 비상소집 태세를 갖추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프랑스의 경우 1월 1일 0시 기준으로 전기.통신.금융분야에만 50만명이 철야근무를 하게 된다.

◇ 팔짱 낀 빈국들〓가난한 나라들은 선진국들의 준비상황을 멀거니 쳐다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전력 및 난방시설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가 올 한해 Y2K대비에 쓴 돈은 7천만달러. 미국의 4백20억달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러시아는 "지난 2년간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 고 큰소리치지만 불안한 서방외교관.기업인들의 철수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브라질은 60여만개의 기업체 가운데 3분의1이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큰 수해를 겪었던 베네수엘라는 연말연시 아예 단전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중동이나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도 1월 1일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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