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군 “우주 공간에 무기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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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이 ‘우주공군’을 선언했다. 대양 해군에 이어 공군도 미국과 우주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선언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중국 공군 창설 40주년을 앞두고 이뤄졌다.

◆작전반경 우주로 확대=중국 공군의 쉬치량(徐其亮) 사령관은 2일 공군창설 40주년을 앞두고 가진 중국 해방군보(解放軍報)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군은 앞으로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하겠다. 이는 역사적 필연”이라고 말했다. 중국 군 최고위급이 군 작전지역을 우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그간 우주 군비경쟁에 반대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쉬 사령관은 그러나 “현재 각국의 군비경쟁은 육상과 해상·대기권을 넘어 우주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우주공간을 지배하는 국가가 군사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주에는 국경이 없으며 오직 힘만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말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 국방부가 펴낸 중국군사력보고서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국방부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이 앞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사회는 물론 우주공간에서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분석했었다. 중국 공군의 작전반경이 우주로 확대되면서 지금까지의 방어적 전략도 공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쉬 사령관은 이와 관련, “중국의 국익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어 앞으로 (국익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목표물에 대해서는 선제공격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해군의 퇴역 제독인 쉬광위(徐光裕) 군사평론가는 “중국 군은 지금까지 (적 위협이 있을 경우) 12마일(19.3㎞) 내에 들어온 표적만 공격하겠다는 방어적 전략을 채택해 왔다”며 “쉬 사령관의 발언은 이 전략을 포기하고 12마일 밖은 물론 국경을 넘어서도 표적을 선제 공격하는 공세적 전략을 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우주패권 경쟁=미국의 합동기능전투사령부 분석에 따르면 미 정찰위성의 임무 수행 성공 확률이 가장 낮은 곳은 중국 상공이다. 이는 2006년부터 중국군이 지상발사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이용, 미 정찰위성 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군의 우주전력이 전 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60여 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해 운용했고 현재는 4기의 정찰위성을 포함, 최소 15기의 군사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부는 98년 중국군의 미래 군사능력과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이미 위성의 센서를 파괴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특히 지난해 8월 중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하면서 우주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중국군은 2015년까지 우주공간에서의 효율적인 통신시스템과 자체 위성항법장치(GPS), 적 위성격추시스템 등을 집중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게 미국 국방부 분석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게리 리 중국전문연구원은 “우주에서의 위성을 활용할 경우 지구상에 숨을 수 있는 지역이 사라지게 된다”며 “중국이 우주전력을 강화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며 이는 중국과 미국·러시아 간 우주패권 경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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