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납골당서 쓴 유족들 편지 모아 책으로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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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납골당에 남긴, 망자(亡者)에 대한 유족들의 애절한 그리움이 담긴 편지를 묶은 책이 나왔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7월초부터 경기도 벽제.용미리에 있는 서울시립 '추모의 집' (납골시설) 5곳에 '고인에게 쓰는 편지' 라는 크고 두꺼운 비망록 노트를 비치해 거둔 결과물이다.

그동안 이곳을 찾은 유족들은 세상을 뜬 남편.아내.자식.부모 등에게 추억과 눈물을 담아 최근까지 3천5백여통의 '답장이 안 오는' 편지를 남겼다.

그중 1백93통의 편지가 '눈물의 편지' (사진)라는 제목으로 묶여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

"팔십 평생 살아오신 흔적, 한 줄기 연기되어 허공으로 흩어진 인생무상이여! 겉으로 말없이, 북에 두고온 가족에의 그리움, 오매불망 어이 눈 감았소. …어린 것들 재롱 어찌 나 홀로 보라고 그처럼 느린 거동 뭐가 그리 바쁘셔서 작별의 말도 없이 훌쩍 가셨단 말이오. " (황혼의 할머니가 먼저 간 남편 손흥복씨에게)

"사랑하는 아들 용하야,…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남겨놓고 용하야, 한번 다시 부르고 그냥 돌아서야 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 편히 쉬어라. 깊이 쉬어라.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 (조옥희씨가 가슴에 묻은 아들 한용하군에게)

"아버지, 보고 싶으면 어찌 해야 하나요. 제 나이 마흔셋이지만 아직도 아버지 품이 아쉽고 그리운데… 아버지에게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 한이 됩니다. " (김용현씨가 부친 김기창씨에게)

유족 오금순씨는 편지에서 " '하늘나라 우체국' 이 개설돼 이렇게 내 마음을 띄우게 돼 감사하다" 며 고마움을 담기도 했다.

이호조(李浩助)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비망록 비치 열흘 만에 2백50여건의 눈물나는 편지가 모인 것을 본 뒤 주변 문인들의 격려와 유족들의 동의로 책을 내게 됐다" 고 전했다.

절절한 마음을 담다 보니 글의 표현들이 진솔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 책을 위해 소설가 김주영씨, 신달자 시인, 연세대 송복 교수,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박복순 사무총장이 편집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화가 이진경씨가 10여년간 작업한 작품을 약간의 수고비만 받고 내놓아 편지 사연에 걸맞은 삽화가 담긴 4×6판 사이즈의 3백3쪽짜리 컬러판 책자가 나올 수 있었다.

시설관리공단은 우선 3천여권을 발간해 유족들과 학교 등에 기증하고 저렴한 가격에 시판도 할 계획이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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