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코드] 11. 민주주의 초석 닦은 '설득의 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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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클레스의 두상(대영 박물관 소장). 기원전 461년부터 기원전 429년까지 33년 동안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다.

아테네의 한 정치 지망생이 페리클레스에게 물었다. "통치자로서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페리클레스가 대답했다. "사람이라는 것". 그러자 젊은이는 다시 물었다. "두 번째는요?" "바르고 훌륭한 정치를 펴는 것." "세 번째는요?" "영원히 권좌에 머물 수 없다는 것!"

위의 일화에서 보듯 페리클레스는 길게 말을 하지 않고 핵심만 언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말이 적은 편이었지만 한 번 말을 하면 상대를 설득하는 데 명수였다.

스파르타의 왕이 페리클레스의 정적이었던 투키디데스에게 "페리클레스와 당신 중에 누가 레슬링을 더 잘하느냐?"고 물었을 때 투키디데스는 "내가 그를 쓰러뜨린 직후에 그가 말을 시작하면 경기를 본 사람들까지도 그가 이겼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푸르타르코스는 전한다.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의 명문 귀족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테네 민주정에 결정적인 개혁을 한 클레이스테네스의 조카딸이었다.

젊어서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의 가장 훌륭한 선생들에게서 철학과 호메로스. 체육.음악 등을 배웠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했지만 집안 배경이 좋고 실력이 뛰어나 빨리 출세할 수 있었다. 아테네 최고의 권력자가 된 뒤에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꺼리고 철학적 논쟁을 즐기거나 외진 곳에서 아테네의 정치 현안을 풀기 위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이 더 많았다고 한다.

당대 그리스인들은 그를 깊이 존경하여 올림피오스 아테나이오스(Olympios Athenaios), 즉 '올림포스 신과 같은 아테네인'이란 별명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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