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화 도미노, Y2K 대재앙 ? … 없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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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도미노 이론=국제정치학자들은 1960년대 베트남과 80년대 니카라과 전쟁에 개입하는 명분으로 도미노 이론을 내세웠다. 한 나라가 공산화되면 이웃 나라들도 도미노가 쓰러지듯 공산화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베트남과 니카라과 내 사회주의 정권의 탄생은 주변국의 공산화로 파급되지 않았다.

② Y2K=컴퓨터의 연도 인식체계가 2000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대혼란이 발생할 거라는 예언이 판친 적이 있다. 존 햄리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Y2K는 컴퓨터판 대재앙”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2000년이 되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이버 전쟁이나 사이버 테러에 대한 위협도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FP는 지적했다.

③ 불량국가=소련 해체 이후 90년대에 북한·이란·쿠바·시리아 등 불량국가가 미국의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거론됐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해도 미 국방비보다 작으며, 이들 국가가 미국에 대항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도 아니었다.

④ 단일체 공산주의=냉전시대 소련은 세계 공산주의 세력을 통제하며 지구촌 공산주의 혁명을 노린다고 여겼다. 소련과 중국의 사회주의 주도권 경쟁도 자유세계를 현혹하기 위한 전술로 치부했다.

⑤ 전략 광물 의존=서방세계는 코발트·크롬·망간·플래티넘 등 전략 광물 수출국들이 카르텔을 만들어 공급을 끊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공급이 중단돼도 비축한 물량으로 당분간 견딜 수 있으며 비싼 값을 내면 다른 수입처를 찾을 수 있다.

⑥ 이민=이민 반대론자는 이민자들이 사회 통합을 해치고 복지비용을 축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민자가 건설한 미국의 경우 이민으로 새 노동력이 유입되면서 사회의 활력이 유지돼 왔다.

⑦ 소련 군사력=소련이 엄청난 군사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나 핵전쟁에서 이기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무찌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서방 강경론자들은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로 군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⑧ 남미 독재자=미국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장 등 남미 독재자들이 미국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으로서는 이들이 성가신 존재였겠지만 실제로 세계 안보에 위협적 요소는 아니었다.

⑨ 미국 쇠퇴론=미국인들은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위상이 급락한다고 우려한다. 80년대에도 일본의 부상으로 미국이 2류 국가로 전락할 거라는 걱정이 컸다. 그러나 전락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었으며, 일본의 경제 패권도 오래가지 않았다.

⑩ 이슬람 파시즘=신보수주의자들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강력하고 단일한 세력을 형성, 이슬람권 전역에 걸친 근본주의 국가를 설립해 서방 지배를 꾀한다고 우려한다. 하나 이슬람 소수파인 급진주의자들이 범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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