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수도 함락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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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스크바.베를린 AP.AFP〓연합]러시아군의 체첸 수도 그로즈니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의 격렬한 접전지인 그로즈니 시내는 '죽음의 거리' 로 변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혹독한 겨울과 함께 체첸 주민들의 참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러시아에 대해 체첸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서방측의 압력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연방군은 16일 전투기와 포병 부대를 동원, 그로즈니에 대대적인 포격을 가했다.

이들은 도심쪽으로 진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대전차포와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채 곳곳에 잠복해 있던 2천여명의 체첸군과 격돌, 치열한 시가전을 벌였다.

러시아군의 체첸 파견 최고지휘관인 알렉산드르 바라노프 장군은 "러시아 경찰부대가 연방군의 지원을 받아 그로즈니를 장악하기 위한 '특별 작전' 을 준비 중" 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 참모차장 역시 "그로즈니 점령은 며칠 안에 이뤄질 것" 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러시아군의 잇따른 공습과 포격으로 황폐화된 그로즈니에는 2만~4만명의 주민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모두 지하실 등에 숨어 있어 거리에는 탱크 잔해와 시체들만이 뒹굴고 있다고 AP통신 기자가 전했다.

대부분이 노약자인 주민들은 피난수단이 없거나 공포에 질려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로즈니 함락작전은 러시아군측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전날 그로즈니 도심에서 벌어진 시가전에서 러시아군은 최소 1백명이 사망하고 장갑차 7대가 파괴되는 등 체첸 영내 진입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지난 94~96년의 1차 체첸전에서도 그로즈니 함락을 시도했다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보고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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