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환경관리청, 서산간척지 볏짚 소각 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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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벼 농사가 중요하냐, 철새 보호가 우선이냐. "

충남 서산 A.B지구에 나란히 있는 철새 도래지와 현대농장(논) 사이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감정 싸움' 이 한창이다.

서산 A.B지구는 철새 도래지와 벼 경작지(3천만평)로는 각각 국내 최대 규모.

그러나 현대건설이 지난달 말부터 내년 농사에서 병충해를 방지 하기 위해 논에 남아 있는 볏짚을 태우고 논을 갈아엎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철새 도래지 관리자인 금강환경관리청은 최근 현대건설 영농사업단에 공문을 보내 "볏짚 태우기를 중지하고 논 갈아엎기는 내년 2월이후로 연기해 달라" 고 요구했다.

볏짚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 때문에 철새들이 도망갈뿐만 아니라 논을 갈아엎으면서 먹이인 볏이삭이 사라져 철새들의 생태 환경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환경청은 또 "현대측이 요구를 거부하면 현장 실태 조사를 벌여 PET병이나 합성수지 등이 함께 소각되는 현장을 적발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고발할 수도 있다" 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반해 현대측은 환경청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

현대건설 영농사업소 관계자는 "이같은 작업은 매년 거울철에 시행해 왔다" 며 "더구나 올해는 지난 9월 태풍 때 쓰러져 수확하지 못한 벼가 예년보다 20%나 많아 소각을 하지 않으면 병충해로 내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 고 말했다.

논 갈아엎기의 경우도 땅이 워낙 넓어 11월부터 쉬지 않고 계속해야만 다음해 파종기 전까지 작업을 끝낼 수 있다는 게 현대측 설명이다.

한편 충남도는 서산 A.B지구 및 인근 천수만 일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주도록 최근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서산〓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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