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검사 간여 우회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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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업유도 사건의 강원일(姜原一)특별검사가 대전지검의 검사들과 노동청 관계자들에 대해 노동관계의 지원조항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은 검찰의 공안업무와 노동계에 큰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당초 대전지검 검사들과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들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검토했다. 지난해 조폐공사의 노사분규 당시 노사관계에 간여는 하지 않았지만 분규를 전후해 작성, 대검까지 보고된 대전지검의 정보보고 문건 등에는 마치 간여한 것처럼 해석되는 부분이 포함된 만큼 허위공문서 작성혐의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소환조사를 받았던 검사들도 "실제로 그렇게 실행됐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작문' 이었다" 고 정보보고 문건에 대해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적용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중립적으로 지도.감독의 역할을 맡았어야할 검찰이 사측에 치우쳐 쟁의행위 등에 간여한 혐의가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 법의 '노동관계 지원' 조항은 법으로 정해진 자 외에는 단체교섭.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조종.선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은 물론 검찰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파업유도는 없었다고 이미 결론을 냈다. 당시 공안합수부회의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와 기록검토 결과 파업유도는 전적으로 강희복(姜熙復)전 조폐공사사장의 주도와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의 지원에 의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여기까지는 지난 7월 진행됐던 검찰 수사와는 달리 두 사람간 주종(主從)관계가 바뀌었지만 틀은 사실상 같다.

특검 관계자는 "검찰이나 국가기관이 입안해 파업유도를 했다는 흔적은 없다" 며 "검사나 노동청 관계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사측에 편향돼 분규에 간여했다는 혐의" 라고 설명했다. 일부 검사와 노동청 관계자들이 부당하게 쟁의행위에 간여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형식이라 해도 앞으로 검찰이 노동문제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검찰의 공안업무 처리에 근본적 변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당시 검찰 수사때는 관행적인 것이라고 간주됐던 노사 동향보고 등의 정보보고 문건에 대해 특검이 사측 편향적인 용어나 작성과정 등을 들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국기기관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특검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해온 노동계는 이를 검찰의 파업 개입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다.

물론 특검법 9조 5항은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수사사항에 대해 관할지방 검찰청 검사장은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혐의가 벗겨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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