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시절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 MBC 드라마 '육남매' (극본 최성실.연출 이관희)가 17일 1백회 '새로운 세계로' 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IMF환란으로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 가던 98년 2월 4일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시작했던 이 드라마는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20부작으로, 또다시 4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주간 드라마로 방송돼왔다. 장장 1년 10개월에 걸친 방영에도 시청률은 꾸준히 15~20% 선을 유지했다.
'육남매' 는 경제개발이 본격 시작되던 62~66년 서울 영등포 뒷골목을 배경으로 홀어머니와 여섯 아이가 엮어내는 살가운 이야기를 그려 IMF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줬다. 또 8년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장미희가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줘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재기의 용기를 줬다. 그의 "똑(떡)사세요, 똑 하나만 사 가세요" 라는 대사는 장안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또 60년대 당시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꼼꼼하게 꾸민 시장.미장원.술집.공장 등 세트나 봄 소풍.쥐잡기.전염병.물난리 등 과거를 곱씹게 하는 에피소드, 청춘 스타 한 명 없이도 편안함을 느끼게 한 깔끔한 연출 등도 이 드라마의 장수 비결이었다. 특히 아역 연기자들의 깜찍한 연기는 이 드라마에 감칠 맛을 주는 요소였다. 막내 딸 남희 역으로 출연한 김웅희군은 머리를 위로 묶어 '여장'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이외에도 이 드라마는 '은실이' '국희' 등 회고조 시대극 열풍을 주도했고, 방영 도중 해외(대만)에 수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최성실 작가는 "끝내게 돼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작품을 쓰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고 말했다. 17일 방영분인 '새로운 세계로' 편은 어머니와 육남매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재산인 정든 집을 팔아 빚을 청산하고 방 두 칸짜리 전셋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희망적인 내용. 후속작으로는 환자의 눈으로 바라본 병원 이야기인 '장미병동' 이 방송된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