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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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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896년 앙리 베크렐 교수는 서랍 속에 들어 있던 사진 판에 우라늄 덩어리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사진 판 위에는 우라늄 염(鹽)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우라늄 염이 알 수 없는 종류의 빛을 방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니크 교수였던 베크렐은 폴란드에서 이민온 대학원생 마리 퀴리에게 그 이유를 알아보라고 맡겼다. 퀴리 여사는 남편 피에르와 함께 우라늄이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일정하게 방출하면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크기는 물론 다른 어떤 성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퀴리는 이런 현상을 '방사능'이라고 불렀다. 10여년 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라늄이 질량을 에너지로 변환시킨다고 설명했다. 베크렐 교수와 퀴리 부부는 이 공로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방사능을 즉각 학문적 연구에 활용한 사람은 몬트리올 맥길대학의 어니스트 러더퍼드(1908년 노벨 화학상 수상)였다. 그는 방사성 물질의 시료가 붕괴돼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사실, 즉 반감기(半減期)를 발견했다. 1904년 러더퍼드는 반감기를 이용해 생성된 지 7억년이 지난 우라늄광 조각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지구의 나이가 7억년을 넘는다는 주장이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의 나이를 2400만~1억년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지구의 나이가 45억5000만년(±7000만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우라늄 내 방사성 물질의 폭발력을 이용해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든 게 1942년 시작된 맨해튼 프로젝트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이렇게 말했다. "왜 사람들은 다리를 짓거나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지? 아무 소용도 없는데." 핵전쟁의 공포에 시달렸던 것이다.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원자력연구소가 4년 전에 핵폭탄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우라늄 235를 극소량이나마 추출해낸 것으로 밝혀져 떠들썩하다. 파인만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핵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우리 주변의 상황은 더욱 공포스럽다.

이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