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민을 설득해야지 왜 박 전 대표 설득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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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정운찬 총리의 발언에 단단히 화가 났다. 정 총리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시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설득하겠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30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 총리의 발언은 상황 인식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은 “정 총리가 세종시 원안은 비효율적이고, 부처 이전 백지화나 축소는 효율적이란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있다면 그야말로 단견일 뿐 아니라 (법안 처리) 당시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세종시는 당장의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이란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한 장기적 국가 효율성의 관점에서 선택한 것”이라며 “만약 경제적 효율만 논의하면 정부 산하기관을 전국 각 지방에 분산시키는 혁신도시야말로 비효율성의 극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께서 17대 대선에서 ‘세종시 건설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표를 얻기 위해 허위 공약을 했단 말이냐. 대통령의 약속을 총리가 못 지키겠다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제대로 된 모습이냐”고 따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총리가 자신이 만나 얘기하면 박 전 대표도 이해할 것이라고 한 것은 마치 대학 교수가 학생을 지도할 때나 하는 말이지 감히 정치 지도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냐”며 펄쩍 뛰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설득을 하려면 충청도민들을 설득하는 게 과제인데 왜 박 전 대표를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저런 식이면 정 총리가 박 전 대표를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총리가 재·보선 결과가 세종시하고 관계가 없다고 한 것도 당의 정서와 거리가 멀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박근혜 부산 방문=박 전 대표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백고좌대법회’에 참석한다. 백고좌대법회는 조계종의 진제 스님이 주관하는 대규모 불교 행사로 신도 1만여 명이 참석한다. 박 전 대표는 또 이날 저녁 부산 지역 지지자 모임인 ‘포럼 부산비전’ 창립 3주년 행사를 찾아 축사할 예정이다. 이 행사엔 김무성·허태열·서병수·유기준 의원 등 부산 지역 친박계 의원들이 참석한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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