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어느날 문득 프랑스 요리에 도전했다, 삶이 맛있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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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줄리 & 줄리아
줄리 파월 지음, 이순영 옮김
바오밥, 392쪽, 1만2000원

매일 지하철로 집과 회사를 오가며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는 직장인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겠다.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뉴욕에 사는 스물아홉살 줄리도 그랬다. 착한 남편도 있고, 비록 정부기관의 계약직 비서지만 직장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별 희망도 없는 듯한 삶에 숨이 막힐 듯 했다. 그런 줄리의 인생을 낡은 요리책 한 권이 바꿔놓았다. 전설적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가 쓴 『프랑스 요리의 대가가 되는 법』이다.

이 책은 어느날 문득 그녀가 시작한 ‘줄리&줄리아 프로젝트’ 도전기다. 줄리가 1년, 즉 365일간 줄리아의 요리책에 나온 524가지 프랑스 요리를 만들고 이를 블로그에 올리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시간이 흐르며 줄리의 블로그에는 충성 독자들이 생겨났고, 뉴욕타임스를 비롯 CNN·CBS 등 방송사들이 취재를 위해 뉴욕 변두리의 초라한 아파트로 찾아왔다. 프로젝트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고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노라 애프런 감독이 메릴 스트립(줄리아 차일드 역)·에이미 아담스(줄리 역)을 캐스팅해 영화까지 만들었다. 극적인 성공이다.

524가지 요리 도전? 블로깅? “도대체 그건 왜 하는 건데?” 라는 질문이 나올만 하다. 줄리의 도전은 삶의 지리멸렬함에 저항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요리는 그녀가 몰두할 수 있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그녀와 함께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어준 남편과 친구들, 가족 얘기도 맛있다.

삶의 열정이라는,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주제를 다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미국인의 프랑스 요리 얘기니 친근함에 다소 한계가 있다. 시간을 뛰어넘어 줄리와 줄리아의 이야기를 교차시켰지만 이야기는 탄탄히 맞물리지 않는다. 그래도 활력넘치는 연기, 시각적으로 요리의 멋과 매력을 더한 영화로 다시 보고싶은 이야기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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