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연구소 대표 켈리의 대선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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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대통령선거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8일 미국 정치에 정통한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하와이지부 '퍼시픽포럼CSIS' 의 제임스 켈리 대표를 만나 2000년 미 대선 전망과 후보들의 장단점을 들어봤다.

켈리 대표는 세미나 참석차 5일 방한했다.

-내년 미 대선의 특징은.

"두가지다. 하나는 정치에 식상한 부동표가 워낙 많다는 점이다. 요즘의 대통령 TV토론을 보라. 시청률이 3%를 밑돈다. 토론중계가 나오면 유권자들은 스포츠중계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누가 되든 상관없어' 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띠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으리라 본다. 정치무관심 증가추세는 한국도 마찬가지 아닐까.

또 하나는 후보들이 저마다 중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나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모두 각각 '오른쪽(보수)' 과 '왼쪽(진보)' 에서 '가운데(중도)' 로 줄달음치고 있지 않은가.

과거와 매우 뚜렷이 대비되는 양상이다. "

-유력한 후보인 부시와 고어의 강점과 약점을 평한다면.

"고어는 스캔들에 휩쓸린 빌 클린턴 대통령과 8년 동안이나 한 배를 탔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취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거꾸로 이는 강점으로도 작용한다. 부통령으로서 정치적 흐름과 외교정책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시는 외교정책에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아픈 구석이다.

또 놀랍게도 그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텍사스 울타리에서의 기반은 강할지 몰라도 미 전역에 걸쳐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언론에 뜨는 추세일 뿐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주지사 역할에다 유권자들과 악수를 정감있게 나누는 호감가는 행동, 그리고 아버지(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후광 등이 강점이라 하겠다. "

-다크호스 브래들리와 매케인은 어떤가.

"개인적인 이력이 강점이다. 브래들리는 NBA농구스타 출신이요, 매케인은 베트남전 영웅이다. 특히 브래들리는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한 경험을 갖고 있다. NBA스타가 로즈장학생이라…. 전례없는 이력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로즈장학생은 아니지 않은가. 매케인은 선거개혁에 매우 열정적이어서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브래들리의 약점은 고어의 장점을 들면 된다. 매케인은 베트남전의 영웅이긴 하나 대중적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

-그러면 누가 양당의 후보가 될 수 있을까.

"부시와 고어가 가장 유력하다. 부시는 워낙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고어의 풍부한 행정경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브래들리나 매케인이 후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브래들리가 매케인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크다. 고어와 부시의 맞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라고 묻지는 말아달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새정부는 대(對)한반도.동북아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4명 모두 비슷한 정책기조를 갖고 있다. 한반도.동북아의 안정을 바라기는 똑같다.

누구도 자세한 정책을 밝히지 않아 차이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근 부시가 대 중국 정책에서 다소 강경발언을 하긴 했으나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유지 측면이 강하다.

다만 4명 모두 중국의 대만흡수에는 반대한다. 또 대선 후 새 정부는 미국의 이익은 한국의 이익, 한국의 이익 역시 미국의 이익' 이라는 기조를 가질 것이다. "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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