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탐구생활] 묘하게 어울리네, 영화 속 뉴요커의 모자·모자·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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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직업·나이를 넘어 각양각색의 만남이 가능한 도시 뉴욕.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적 같은’ 러브 스토리, 영화 ‘뉴욕 아이러브유’가 최근 개봉했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11명의 감독과 수많은 스타가 ‘사랑’을 주제로 함께 작업한 옴니버스 영화(몇 개의 단편을 하나로 묶은 영화)다. 덕분에 줄거리보다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풍경과 작지만 개성 있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면모에 시선이 더 간다.

특히 세계 유행의 중심지이자 패션의 도시로 불리는 뉴욕인 만큼 영화 속 출연진의 옷차림에 관심이 많다. 뉴요커의 가장 핫한 패션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화려한 상류사회보다는 대부분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패션쇼에서처럼 요란한 차림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있다. 남자 주인공들의 모자 패션이다.

영화 속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점퍼’에 등장했던 헤이든 크리스텐슨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내내 중절모(페도라)를 쓰고 나온다. 무릎까지 오는 검정 코트에 검정 면바지, 그리고 지퍼가 달린 검정 후드(모자가 달린) 점퍼 차림. 여기에 검정 캔버스화를 신은 모습이 젊은 뉴요커답게 날씬하고 매끈해 보인다. 단, 너무 어려 보일 수도 있는 차림이다. 그 때문에 크리스텐슨은 검정 선글라스와 중절모를 매치했다. 일단 눈을 감추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중절모는 신사다운 중후함을 가진 소품이라 청바지·캔버스화랑 조합하면 대조적인 이미지가 묘하게 어울려 21세기형 ‘귀여운 신사’를 연출할 수 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 에단 호크도 이 영화에 참여했다. 극중 직업은 삽화가. 길거리에서 만난 멋진 여자에게 “커피나 한잔” 운운하다 된통 당하는 역할이다.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말을 더듬던 꿈 많고 수줍은 미국 청년 ‘제시’는 간 데 없고, 처음 보는 여자에게 수작이나 부리는 능글맞은 미국 아저씨로 변한 에단 호크. 하지만 일면 순진한 모습도 있는 예술가답게 그는 검정 울 재킷에 체크 셔츠를 입고 헌팅캡(사냥용 모자)을 썼다. 헌팅캡은 흔히 ‘할아버지 나들이용 모자’로 생각되기 쉽지만 청바지에 셔츠·조끼 차림과 함께 매치하면 역시 ‘캐주얼한 귀족’을 연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품이다.

‘반지의 제왕’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올랜도 블룸은 비니(머리에 딱 달라붙게 쓰는 니트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두툼한 겨울용 점퍼에 비니를 쓴 모습은 겨울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차림이다. 문제는 이 비니라는 것이 잘 쓰면 소지섭, 못 쓰면 곽한구가 된다는 점이다. 우선 머리에 꼭 맞게 짧은 것을 선택하는 게 요령이다. 길이가 길면 이마 넓이의 반 정도를 한 번 접어 쓰거나, 푹 눌러 쓴 후 뒤쪽 아래에서 살짝 접는 것도 방법이다. 올랜도 블룸의 구멍 난 흰색 티셔츠도 빈티지 패션으로 한번쯤 눈여겨볼 만한 아이템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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