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합방송법시대 이제 시작이다] 3.다양해질 채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통합방송법은 과연 영상산업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까. 다채널.다매체 시대에 걸맞은 프로그램(컨텐츠)이 제작될까.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려보아도 '초록은 동색(同色)' 프로그램이 몰린 지상파TV의 과점구도가 깨지면서 진정 다양한 형식의 프로가 선보이게 될까.

일단 프로그램 제작환경은 크게 개선된다. 위성채널이 60~80개 신설되고, 케이블TV PP(프로그램 공급사)도 현행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돼 신규채널이 상당수 생기게 된다.

게다가 최근 SBS가 케이블 스포츠TV를 인수해 골프채널을 개설하는 등 지상파TV의 케이블.위성방송 진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앞으로 통합방송법이 공포되고 그에 따른 시행령이 제정돼야 하겠지만, 외부 독립제작사가 만든 프로의 지상파TV 편성비율도 현행 17~18%보다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방송판매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그러나 넓어진 시장만큼 영상산업의 발전을 단언하기엔 아직 성급하다.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프로그램 제작사와 방송사(지상파 방송국.케이블 지역 방송국(SO).위성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공정한 거래관행 수립이다.

일례로 지상파 방송을 보자.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듯 방송사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횡포' 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프로그램 납품 뒤 제작비 지급, 부당한 협찬 강요 등. 특히 턱없이 낮은 제작비 산정, 방송사의 프로그램 저작권 소유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상산업의 발전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기 십상이다.

위성방송도 마찬가지다. 향후 단일 대형 컨소시엄으로 구성될 위성방송 사업자가 혹시라도 프로그램 제작사에 대해 일방적 '권력' 을 휘두르게 되면 가뜩이나 힘이 없는 외주제작사들이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누가 지배주주가 되든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될 위성방송 사업자의 업무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케이블TV의 변화도 주목할 시점이다. 지금은 프로그램 제작자(PP)가 지역방송국(SO)과 일괄계약을 맺고 수신료를 나눠먹고 있지만, 앞으로는 양자 사이의 개별계약이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지상파와 같은 불평등한 거래가 계속되면 케이블 PP의 건실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케이블 PP.독립제작사에게 호기가 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편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지상파.케이블TV.위성방송 등에 동시에 팔 수 있는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1백% 상업적 방송이라 선정적.자극적 프로를 선호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품격있는 교양프로가 뒤로 밀리고 오락프로가 득세할지 모른다.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인 외부제작사들의 열악한 여건을 감안하면 채널은 많아졌어도 가벼운 프로만 넘치는, 다시 말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박천일 숙명여대(언론정보학)교수는 "민관(民官)이 함께 투자하는 프로그램 제작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특색있는 독립제작사를 양성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방송제작의 실핏줄인 독립제작사가 든든해야 앞으로 생길 수많은 채널이 풍성하게 차려지고, 시청자 또한 TV보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