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선거구 바라던 의원 소선거구 기류에 낙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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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자민련의 차수명(울산남갑) 정책위의장은 지역구에 내려갈 경우 좀처럼 소속당을 밝히지 않는다. 그냥 '車의원' 혹은 '車의장' 이라는 호칭만 사용한다.

건설교통부장관 출신인 이정무(대구남)의원도 지난달 17일 대구에서 있은 후원회 때 '이정무 의원 후원회' 라는 명칭을 썼다. 여당의 인기가 저조한 영남권에선 당명(黨名)을 내세워야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은 의원 개인의 지명도로 총선에 임할 각오들이다.

10명의 자민련 소속 영남권 의원들 중 일부는 '1등 아니면 낙선' 인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쪽으로 선거법 협상이 흘러가자 여간 낙담한 표정이 아니다.

한 선거구에서 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돼야 현역의원 프리미엄으로 2~3등으로라도 금배지를 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국민회의쪽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서석재.김운환(부산)의원과 권정달.장영철(경북)의원은 소선거구로 방향이 잡히자 한결같이 "죽을 맛" 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특히 국민회의 지도부가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호남권.수도권 의원들을 의식해 공동여당의 당론인 중선거구제 관철에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지역구에 내려가면 뭐하노" 라며 지역활동을 포기할 뜻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다른 의원은 김중권(金重權) 전 청와대비 서실장과 김정길(金正吉) 전 정무수석의 퇴진을 아쉬워했다. 이들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중선거구제의 필요성을 거듭 건의했던 참모들이었기 때문이다.

金전실장은 경북, 金전수석은 부산 출신이다. 남은 활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이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협상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체로 소선거구제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취약지구인 호남.충청권 출신이 별로 없기 때문. 충북의 신경식(청원)의원은 "소선거구제로도 자신있다" 면서도 "개인적으론 중선거구제를 원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중선거구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 김영준(충북 제천-단양)의원과 서울의 이세기(성동갑)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세기 의원은 소선거구제 흐름이 잡히자 아예 의원회관 사무실을 폐쇄하고 모든 역량을 선거준비에 투입하고 있다.

전영기.이정민.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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