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첫 비운동권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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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84년 서울대에서 총학생회장 직선제가 부활된 이래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장으로 처음 당선됐다.

3일 총학생회장 결선투표 개표 결과 비운동권인 응용화학부 4년 허민(許民.23.사진)씨가 4천9백57표(득표율 48.3%)를 얻어 4천8백73표를 득표한 2위 민중민주(PD)계열 유주형(柳宙亨.22.법대4)후보를 84표 차이로 물리치고 제43대 총학생회장에 뽑혔다.

許씨는 지난달 22일 총학생회장 1차 투표에서 5명의 후보 중 1위를 차지했으나 2위 柳씨와 표차가 오차 범위를 넘지 못해 같은 달 29일부터 3일동안 결선투표를 했다.

결선투표에는 총유권자 2만10명 가운데 1만2백62명이 투표에 참여해 51.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입후보 때부터 비운동권이라고 밝혀 온 許씨는 '×같은 게 ×같은 거지' 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구호로 내세우는 등 줄곧 독특한 선거운동을 벌여왔다.

총학생회장 후보단의 공동유세에는 참여하지 않은 대신 학생회관 앞에서 단독으로 힙합댄스 공연으로 단독유세를 펼치고 이를 멀티비전으로 상영했다.

부총학생회장 후보 강제욱(姜帝旭.22.조소과4)씨와 '광란의 10월' 이라는 팀을 구성해 출마한 그는 인쇄물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접속 건수가 이틀만에 2천회, 12일만에 5천회를 넘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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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총학생회장에 출마하게 된 것은 '위에서 지시하면 밑에서는 모이는 식' 의 운동방법이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필요할 때는 학생들이 먼저 거리로 나서야 하지만 90년대는 이미 그같은 세상이 아니다" 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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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년 10월 열리는 전국 대학의 문화축제를 연결하는 '문화네트워크'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그는 탤런트 감우성.박상원, 가수 장호일, 운동선수 이상민.안정환 등 각계 유명인사 11명을 발기인으로 내세웠다.

서울대 댄스동아리인 히스(HIS)의 창설멤버이기도 한 許씨는 "과거의 운동방식에 젖어있는 한총련에서 탈퇴하고 앞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총학생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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