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05년 말까지도 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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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과열 억제책은 내년 말까지 연장될 수 있다."

▶ 5년마다 실시되는 '중국 경제 센서스'(제조업.서비스업 조사)를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는 노동자를 휴대전화를 든 직장인이 쳐다보고 있다. 일부 중국인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보고 있으나 많은 사람은 여전히 일자리를 얻지 못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베이징 AP=연합]

중국의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경기 과열 대책의 시한을 당초 예상보다 길게 잡기 시작했다. '대(對)중국 수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아시아 각국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중국의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센터)의 바수쑹(巴曙松)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지난 상반기부터 각종 행정조치를 통한 거시경제 조절 정책은 현 상황으로 봐 내년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올 연말이면 경기 대책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목표 성장률(8%)을 크게 웃돌기 시작하면서 기업에 대한 돈줄을 죄는 등 제동을 걸었다. 경기대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4월엔 부동산.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일부 업종에 대해 은행 대출, 토지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장줘위안(張卓元)은 "중국 경제의 연착륙은 내년에야 실현될 것"이라며 "그 전에 대출 금리(연 5.31%)를 소폭 올려 소비.투자를 억제하고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을 경우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반면 경기를 인위적으로 오랫동안 조절하다간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정부가 올 들어 4150개의 프로젝트를 중단시킴에 따라 일부 업종.기업에서 돈이 돌지 않아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그 바람에 중국 은행과 농업.건설.공상 등 4대 국유 은행의 부실 채권은 지난 2분기 183억위안(약 2조5600억원)의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권의 부실 채권이 이렇게 급증하고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가중되면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최근 "시장과 효율성을 갖추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업체 및 프로젝트엔 자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고공행진에 들어간 중국 경제가 좀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에도 GDP 성장률은 9.6%에 이르렀다. 목표치(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중국은 1993년에도 경기과열 대책을 미루다가 물가 급등과 마구잡이 개발의 후유증을 경험한 바 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원 총리로선 이래저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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