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시위중" 동네병원 일제히 휴업…입원환자·시민들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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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의사들의 의약분업 반대 집회 및 시위로 급하게 병.의원을 찾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집회에는 전국 병.의원 의사 1만7천여명이 집단휴업한 채 참석했다.

특히 지방 의사들이 대거 상경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빈약한 지방 환자들이 고생을 더 많이 했다. 또 의사 한명인 의원 대다수가 이날 문을 닫아 종합병원이나 보건소는 30~40%씩 늘어난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집회에는 서울 의사 4천여명, 대구.경북 2천5백여명, 광주.대전 각 9백여명 등이 참석해 "파행적인 의약분업을 담은 약사법 개정을 중단하고 완전 의약분업을 실시하라" 고 요구했다.

이날 동네 의원을 찾았던 대다수 환자나 보호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여섯살짜리 딸과 함께 의원을 찾은 金모(36.주부.서울 행당동)씨는 "동네 소아과를 세곳이나 들렀으나 모두 문을 닫았다" 며 "의사 한명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서울 성동구 B병원의 경우 입원환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집회장소로 떠났던 의사 한명이 황급히 되돌아오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동 K의원을 찾은 金필남(41.주부.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씨는 "몇달간 장기복용하는 약이 떨어져 멀리서 찾아왔는데 조제실마저 닫혀있어 약을 탈 수가 없었다" 고 말했다.

광주의 경우도 전체 의사의 절반 가량인 9백명이 대회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워 의원 4백56곳 가운데 3백곳 이상이 휴업했다. 광주 G종합병원에는 의원에서 발길을 돌린 환자들이 이날 오전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접수.진료 시간이 평소보다 30분 가량 더 걸리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보건소를 찾은 김덕희(주부.33)씨는 "아이가 감기에 걸려 동네 의원을 찾았으나 문을 닫아 힘들여 보건소로 왔다" 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들이 환자 진료를 외면한 채 대규모 집회를 가진 것은 유감" 이라고 비난하고 전국 보건소.보건지소의 진료시간 연장조치를 취했다.

송의호.천창환.김성탁.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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