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소리꾼 조주선, EMI서 판소리음반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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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7월초 일본문화원 3층 뉴센추리홀. 기모노 차림의 일본인이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 를 열창하고 있었다.

1년반 넘게 판소리와 북을 배운 주한 일본대사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60)가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의 타이틀은 '조주선 선생과 함께 하는 한국 전통음악 연주회' 였다.

오구라 대사에게 판소리를 가르쳐 온 신세대 소리꾼 조주선(27)씨가 세계적 음반 메이커인 EMI레이블로 판소리 음반을 낸다.

다음달 중순께 출시될 이 음반은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겨냥해 EMI레이블 산하 세계 민속음악 전문 레이블 '허미스피어' 시리즈에 포함될 예정. 판소리 '춘향가' 와 '심청가' 의 눈대목이 수록돼 있다. 단가 '사철가' 를 비롯, '춘향가' 의 '사랑가' '이별가' '쑥대머리' , '심청가' 중 '주과포혜(酒果飽醯)' 등이다. 고수 김청만씨가 북채를 잡았고 '사철가' 에선 원장현(대금).박종선(아쟁)씨 등의 명인들이 반주에 가담했다.

전남 목포 태생으로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과 가야금을 익힌 조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했다.

고법(鼓法)대회에 나갔다가 우연히 성창순 명창의 눈에 띄어 국악예고 시절 내내 그의 집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판소리를 익혔다.

'심청가' 만 3년을 배운 조씨는 한양대 국악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90년대초 국악실내악단 '오느름' 의 멤버로도 활약하며 국악 대중화 노력으로 TV의 국악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왔다. 그래서 판소리만을 고집하지 않고 국악가요도 부를 생각이다.

93년 국립국악원 주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심청가' 완창발표회를 가졌으며 지난 5월 남원 춘향제 전국 판소리명창 경연대회에서는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불러 일반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조씨는 오는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국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쑥대머리' 와 함께 국악가요 '천년' 을 들려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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