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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왜 인류 조상이 아닌가?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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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진화론은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발견된 지 3년 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인간의 기원을 신학적 차원 외에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심지어 진보적인 언론조차 삽화 등을 통해 다윈을 조롱했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면서 제일 염려했던 일이 기독교의 반발이었다. 사실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다. 당시만 하드라도 진화론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심지어 진보적인 학문의 요람 대학에서조차 진화론은 배척당했다.

진화론 발표 3년 전 발견 돼

네안데르에서 발견한 뼈를 토대로 두 사람이 논문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는 신학적 믿음 이외에는 별 다른 사고나 의문이 없었다. 거의 전적으로 신학적인 해석에 토대를 둔 견해를 갖고 있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진화란 종(種)이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다른 형태로 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신학적 차원에서 창조주가 만들어 낸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로 변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설사 진화를 한다고 해도 다른 동물이 하면 했지 인간이 진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던 시기였다. 너무나 터무니 없는 주장이었다. 또한 신학적인 차원 외에 다른 이론을 굳이 믿을 필요도 없었다. 불편할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조상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먹혀 들지 않았다. 그러나 플로트와 샤프하우젠의 주장은 대담한 가설이었다. 인간 진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나쁜 질병에 걸려 죽은 현대인의 뼈”

인간진화를 ‘미친 사람들의 주장’으로 몰아 부치던 신학자들은 네안데르 화석이 고대 인간의 화석이 아니라 단순히 나쁜 질병에 걸려 뼈가 이상하게 변형된 현대인의 뼈에 지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화석에 대해 깊은 의심을 품는 학자들조차 거의 없었다. 그저 몇 십 년 전에 죽은 짐승이나, 해골이 발견되면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의 뼈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네안데르 화석의 발견은 2년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왜냐하면 지구의 모든 종의 기원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잇던 견해를 완전히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땅의 혁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어디에서 출현했는지 그 기원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10~15만 년 전에 살았던 원인의 후손으로 볼 수도 있다. 네안데르에서 발견된 두개골은 연대로 보아서는 이 무렵에 속하지만 네안데르탈인보다 앞선 시기에 존재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보다는 오히려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에 더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네안데르탈인은 마지막 간빙기(리스 뷔름 간빙기, 7만 5,000~11만 5,000년 전)에 유럽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여겨지는 턱뼈와 이빨, 두개골 부분 등이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 전역에서 나왔다.

“현대인과 아주 비슷하지만 조상은 아니다”

인류의 조상을 놓고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논쟁은 다윈의 진화론을 주장한 시대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화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생김새나 습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작은 키에 비만하고 단단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두개골 부분은 길고 낮았으며 뒷부분이 넓고 납작했다.

눈두덩이 상당히 발달되어 융기해 있고 이빨은 크고 턱뼈는 작았다. 가슴이 넓었으며 대퇴골과 전박(前膊) 골격은 조금 휘어 있었다. 손발이 크고 팔다리가 두터운 편이었던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처럼 두 다리로 걸었다.

네안데르탈인은 가끔 야외에 살 곳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주로 동굴에서 살았다. 동굴 입구는 돌로 막아서 좁게 만든 경우가 많았으며, 바위로 만든 거주지도 이런 식으로 고친 흔적이 보인다.

불을 사용했으며, 염소, 작은 사슴 등과 같은 작거나 중간 크기의 동물을 사냥했고 큰 육식동물의 주검에서 먹이를 얻기도 했다. 다양한 형태의 석기와 나무로 만든 창을 만들어 썼다.

“DNA가 오염되어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도 많아

네안데르탈인은 사람이 죽으면 각각 또는 집단적으로 땅에 묻었다. 식인풍습이 짐작되는 증거가 다소 발견되었다. 때때로 사람의 뼈와 함께 동물 뼈도 발견되는데 이들 동물을 의례적으로 다룬 흔적으로 보아 원시적인 형태로나마 이들에게 종교가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은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 과학이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조상이 아니라는 근거는 DNA과학이 발달되면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에서 발견되는 DNA가 오염됐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조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