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메뉴+한국적 이미지가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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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성공한 한식당으로 손꼽히는 우래옥의 최영숙(58·사진)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시어머니가 LA 한인타운에 열었던 한식당 우래옥을 뉴욕과 베벌리힐즈 등지로 진출시켰다. 27일~2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한식의 현지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공개한다.

최씨가 가장 강조하는 성공 비결은 ‘현지화’다. 이번 발표의 주제도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현지화에 눈을 뜬 건 80년대 말. LA 한인타운의 우래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뒤 인근 베벌리힐스의 고급 주택가에 들어선 중국식당을 우연히 본 다음부터다.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에서 세련된 차림의 현지인들이 중국음식을 즐기는 걸 봤어요. 우리 한식이라고 왜 안 되겠냐는 생각이 들어 교민사회를 넘어서는 제2의 도약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인정받는 레스토랑 컨설턴트를 찾았다. 자료와 요리책을 안겨주고 한식공부를 시켰다. 함께 한국도 여러 번 와서 순대와 돼지머리, 한정식까지 골고루 체험시켰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엔 컨설턴트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한식엔 계량화된 조리법도 없이 ‘갖은 양념 조금’ ‘살짝 데친다’라는 식의 표현이 많다는 게 큰 이유였지요.” 그래서 아예 “한식을 철저히 새로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한다. 상 하나에 차려내는 방식이 아니라 전채·메인요리 등으로 메뉴를 구분했고 조리법도 체계화했다.

그렇게 3년을 넘게 공을 들인 뒤 93년 비벌리힐스점을 열었고, 99년엔 뉴욕 소호에 진출했다. 그러면서 현지인을 적극 영입했다. 현재 뉴욕 지점 총주방장은 온두라스 출신 요리사인 엘리아자 마르티네즈이다.

현지화를 강조했지만 최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건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인테리어에도 방패연, 젓가락, 한글 등 한국 관련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음식 이름도 ‘게살말이’ 등 한국식이다. 웨이터에게 한국어 메뉴 시험을 보게 해서 98점이 넘지 않으면 손님을 접대하지 못하게 한다.

“미국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한식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체성을 살리면서 미국 문화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단골 손님 전용 젓가락을 진열해 놓은 우래옥 벽엔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기네스 팰트로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고 한다.

2005년에는 뉴욕 미드타운에 ‘밥 반(飯)’자에서 따온 ‘반(Bann)’이라는 한식 레스토랑을 열었다. 미국인들도 발음하기 쉬운 ‘반’이라는 이름으로 미주 전역을 공략할 생각이다.

“20년 단골인 미국인이 친구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식당 이름을 잘 발음하지 못하기에 충격을 받았죠. 현지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반’을 열었습니다.”

한식뿐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우래옥 자리를 리노베이션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복합공간 ‘마당’을 열었다. 레스토랑 ‘반’은 물론, 영화관과 한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수퍼마켓까지 들어선다. “한식세계화를 위해선 교민 사회를 넘어서야 합니다. 미국에서 벌이는 행사는 교민 중심인 경우가 많더군요.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전략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듭니다. 단기적 실적에만 급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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