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비행장 나고시 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普天間)미군비행장 이전 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졌다.

이나미네 게이이치(稻嶺惠一)오키나와 지사는 22일 기노완(宜野灣)시 후텐마비행장의 이전 후보지로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지구를 선정했다.

다만 비행장은 군민 공동시설로 하고 미군의 사용기간은 15년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현측은 곧 기시모토 다테오(岸本建男) 나고시장에게 수락을 요청할 예정이다.

기시모토는 이전에 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96년 미.일 양국이 비행장 이전에 합의한 이래 3년 만에 타결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2년 전 주민 투표에서 과반수가 이전에 반대했던 나고시가 다시 후보지로 결정된 것 자체가 그동안의 진통을 엿보게 해준다.

후텐마비행장 이전 문제는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일어난 오키나와 주둔 미군병사의 일본소녀 성폭행 사건은 주민의 반미감정에 불을 붙였다.

오키나와 전체면적의 10%, 본섬 면적의 18%를 차지하는 미군기지의 축소.정리 요구는 거셌다.

당시 혁신계의 오타 마사히데(大田昌秀)지사가 미군주둔특별차용법에 대한 서명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국 미.일 양국 정부는 기지 축소.정리를 위한 특별행동위원회(SACO)를 설치하고 96년 말 후텐마비행장을 포함한 미군의 5개시설 전면 반환에 합의했다.

그중에서도 후텐마비행장은 반환의 상징이었다.

인구 8만6천명의 기노완시 중심부에 자리잡아 소음.환경오염 문제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후텐마는 미군이 꼭 필요로하는 군사 전략거점이기도 했다.

동북아뿐만 아니라 서태평양.인도양까지 작전범위로 두고 있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현내 동해안쪽에 대체 해상공항을 건설하는 계획. 일본 정부는 현 주민의 감정보다 미.일 안보동맹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다시 주민의 반발에 부닥쳤다.

나고시 주민들이 주민투표에서 '노' 라고 밝혔고, 오타 지사도 현내 이전을 거부했다.

이전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은 지난해 이나미네가 지사에 당선되면서부터. 오타에 맞선 그는 현내 유치를 통한 정부의 경제지원을 기치로 내걸었고 주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키나와를 덮친 불황의 덕이라 할 수 있다.

이나미네는 한동안 뜸을 들이다 22일 결단을 내렸다.

비행장의 현내 이전에 등을 돌리는 주민들을 고려한 것이다.

중앙정부는 그동안 오키나와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데 온힘을 쏟았다.

내년도 선진 주요국(G8)정상회담 장소를 나고시로 정하고, 내년에 발행하는 2천엔 지폐의 앞면 디자인을 오키나와 수례문(守禮門)으로 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나고시로 후보지는 결정됐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나고시 반대파 주민들의 설득 '문제나 해상기지로 할지 여부 등 공법' 문제도 지금부터다. 게다가 미국은 현측이 제시한 '15년 사용' 조건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