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관련 문건 연정희씨가 줬다…배정숙씨 사본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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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옷 로비 사건 당사자인 배정숙(裵貞淑)씨측이 22일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로부터 건네받았다며 문건 사본을 공개, 파문이 일고 있다.

만일 延씨가 건넨 문건이 사직동팀 보고서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옷 로비 의혹 사건은 문건의 유출과정을 둘러싸고 또 다시 커다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裵씨의 변호인인 박태범(朴泰範)변호사는 이날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제의 문건은 올 1월 21일 延씨가 김정길(金正吉)청와대 정무수석 부인 이은혜(李恩惠)씨와 함께 당시 병원에 입원 중이던 裵씨를 찾아와 건네준 것" 이라고 밝혔다.

朴변호사는 모두 12쪽으로 돼 있는 문건 전문을 공개했으나 문건을 어떤 이유로 延씨측이 건넸는지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문제의 문건은 모두 3종으로 99년 1월 14, 18, 19일에 작성됐으며 제목은 ▶앙드레김 의상실 관련(14일) ▶검찰총장 부인 관련 유언비어(18일) ▶유언비어 조사현황(19일) 등이다.

또 14일자 문건의 상단에는 '조사과 첩보' 라는 글씨가 씌어 있어 문건이 청와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 소속)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이은혜씨는 "裵씨에게 병문안을 갔을 당시 延씨가 이 문건을 裵씨에게 보여주고 '왜 이형자씨에게 옷값 대납요구를 했느냐' 고 따졌다" 며 "그러던 중 裵씨의 남편 강인덕(康仁德) 당시 통일부장관이 들어와 문건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延씨측은 "모든 것은 특검조사 결과 밝혀질 것" 이라고 해명했다.

특검측은 "裵씨측이 공개한 문건이 사직동팀에서 작성됐는지 여부는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 며 "금명간 延씨를 불러 문건의 출처에 대해 조사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옷 로비 특검은 이날 裵씨를 소환해 문건 전달경위를 조사했으며, 裵씨의 사위 K씨도 금명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르면 23일 중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해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특검은 또 정일순씨와 앙드레김, 이형자씨의 동생 영기씨 등도 불러 鄭씨의 1억원 옷값 대납요구 혐의에 대해 보강 조사했다.

김정욱.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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