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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GM “산은 경영권 간섭 너무한다” 초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GM대우의 유상증자 납입에 2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 등이 참여하지 않자 미 GM 본사가 전액(4912억원) 인수라는 초강수로 응대한 것은 ‘산은의 경영권 간섭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시위로 볼 수 있다.

GM은 23일 유상증자를 통해 GM대우 지분율이 50.9%에서 70.1%로 높아졌다. 반면 산은 지분은 27.9%에서 17%로 줄어든다. 산은은 GM대우 지분율이 25% 이상이라야 이사 3명을 선임할 수 있다. 그 아래로 떨어지면 선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계약 때문이다. 따라서 산은은 내년부터 GM대우 이사회에 파견한 이사 3명까지 철수시켜야 할 처지다.

GM대우 고위 관계자는 “산은은 2대 주주인데도 정부를 등에 업고 필요 이상의 경영권 간섭을 해왔다”며 “자본주의의 가장 큰 룰인 대주주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GM대우가 입은 2조원대 환차손은 경영상 불가피했던 환헤지 결과라는 게 GM의 입장이다. 매출액의 90%가 수출대금인 GM대우에 환헤지는 재무관리의 필수라는 얘기다. 전 세계 GM 사업장이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예상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가 급등해 손해를 본 것뿐인데 산은은 GM이 의도적으로 GM대우에 손실을 끼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김대중 정권 때 대우차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산은과 현 정부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이달 초 방한했던 프리츠 헨더슨 사장의 생각이다. 당시 GM은 아무도 사려 하지 않던 대우차를 ‘적정 가격’에 인수했고 이후 투자를 늘려 현재 연간 200만 대 이상 생산하는 GM대우로 키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은은 GM대우의 미래 가치와 담보를 적절하게 평가해 추가 대출을 해주거나 만기 대출금 연장을 해주면 그만이라는 게 GM의 태도다.

GM이 이 같은 자본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 경영진의 전통과도 무관치 않다. 헨더슨 사장도 하버드 경영학 석사(MBA) 재무관리 부문 수석 졸업자다.

하지만 산은의 입장도 강경하다. 어쨌든 GM이 경영에 실패한 이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은은 GM대우가 자생적으로 살 수 있도록 ▶경차·소형차의 라이선스 이전 ▶생산 물량 보장 ▶공동 최고재무관리자(Co-CFO)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GM 본사에서 유상증자 전액 인수라는 강수로 응대했지만 기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한 추가 지원은 없다는 게 산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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