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시민이 만든 자원봉사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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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민자원봉사헌장이 국내 최초로 제정, 선포된다.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 1백55명이 발기인이 돼 헌장을 만들고 범시민자원봉사헌장제정추진협의회의 이름으로 오는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선포식을 갖는다.

시민자원봉사헌장의 선포는 새 천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새 시대를 맞아 시민정신의 육성을 위한 다짐과 실천방향이 제시돼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새 시대에는 우리 사회가 좀더 평화롭고 모든 사람이 인간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민공동체가 제대로 형성되고 사회복지 등 잘 정비된 제반 제도들이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이 되고 가족과 전통의 기능은 약화되며 국가 등 공적 제도들은 시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빈부의 격차를 더 크게 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아직도 미숙한 상태다.

이들 문제를 보완하고 고치기 위해 절실한 것이 바로 시민의 자원봉사다. 지금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 시민자원봉사가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자원봉사헌장은 세계자원봉사협회(IAVE)가 제정한 헌장이 유일하며, 나라별로 제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면에서도 이번 헌장은 우리나라가 자원봉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에 선포될 시민자원봉사헌장은 크게 서문.기본정신.행동강령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자원봉사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대가없이 지역사회의 요구와 문제해결을 위해 제공하는 모든 공익적 활동' 으로 정의됐다. 압력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하거나 금전.명예 등 대가를 바라고 하는 활동은 자원봉사활동이 될 수 없다.

또 친한 사람간의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것도 자원봉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공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진정한 자원봉사라 할 수 있다.

헌장은 또 기본정신에서 자원봉사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민주시민공동체의 형성과 성숙을 위해 필수적인 일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자원봉사도 시민의 권리란 사실이다. 전제국가에서는 시민이 자원해 봉사할 동기도 없으려니와 그렇게 할 기회와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대가없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오직 성숙한 민주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가운데 하나다.

또 자원봉사는 사회의 발전과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고, 봉사자 자신의 성장.잠재력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흔히 자원봉사란 공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으나 사실은 봉사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행동강령은 자원봉사 대상자의 자율성과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고, 어떤 종류의 편견이나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함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봉사자는 개인의 능력과 희망에 상응하는 봉사를 수행하는 등 6가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헌장 제정은 기초위원회에서 초안을 만들고, 이에 동의하는 사회단체.문화.의료계 등 15개 분야 1백50여명의 발기인이 사전에 중앙일보에 게재한 후 시민의 의견을 물어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택했다.

지금껏 무슨무슨 헌장이라면 정부 등이 만들어 시민에게 하향식으로 통고해주는 것이 통례였다면 이번엔 철저히 시민 중심으로 한 상향식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이 봉사헌장은 전국의 초.중.고교와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전국에 보급돼 시민으로 하여금 이를 생활화하게끔 하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활동이 보다 심화되고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손봉호 시민자원봉사헌장 기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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