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엿보기] '이소라의 프로포즈', 방청권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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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정~말, 하늘에 별따기로군." "도대체 복권보다 당첨되는 게 더 어려워서야!"

KBS -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 방청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방송사 공개 프로그램의 방청권을 얻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포즈' 는 얘기가 다르다.

공연 형식이라 방청권 자체가 콘서트 티켓과 다름없는 데다 TV의 녹화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 때문이다.

박해선 책임프로듀서는 "가창력이 있는 가수들 위주로 출연 섭외를 하기 때문에 녹화 현장이란 느낌보다 라이브 무대란 느낌이 더 강할 것" 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프로의 방청권을 구하기가 만만찮다. PC 통신과 편지.엽서 등을 통해 쏟아지는 응모자 수만 1주일에 1만명 정도다. 1회에 수용할 수 있는 방청객 수가 1천명이니 평균 경쟁률이 10대 1인 셈이다. 녹화가 있는 수요일 저녁, KBS의 스튜디오 TS - 15 앞에는 한시간 전부터 방청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때문에 제작진은 응모자의 사연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을 고르고 또 골라 방청권을 보낸다. 그 만큼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가장 흔한 사연이 '군대' 와 관련된 것.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가는데요, 입대선물을 해주고 싶어요" 또는 "이번이 입대 후 첫 휴가입니다" 라는 식이다.

또 '프로포즈' 라는 타이틀을 십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프로포즈' 를 보고 고백할 생각입니다. 표가 필요합니다. " 실제 녹화를 보고난 뒤 여의도 둔치에서 사랑을 고백해 사귀고 있다며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팬들도 있다.

가장 이색적인 사연의 경우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제작진이 녹화 도중 상품 소개를 맡기기 때문이다. 한번은 "펜팔로 사귄 재미동포 친구가 처음으로 한국에 오는데 프로포즈에 초대하고 싶다" 는 여대생이 있었다. 제작진은 서로가 얼굴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이벤트' 를 마련했다. 녹화 현장에서 처음 만나는 게 어떠냐고 제의한 것. 드디어 방송 당일. 방청석에 앉아 있던 여학생에게 친구를 찾아보라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여학생이 주위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바로 옆자리에 친구가 앉아 있었던 것. 제작진의 배려였다. 물론 상품 소개까지 함께 했다. 사연을 통해 눈길을 끌려는 전술도 다양하다.

①협박형〓지금까지 보낸 편지만도 몇십통이라며 이번에도 안되면 '…프로포즈' 를 아예 보지 않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꼬~옥 보고싶어요" 라는 귀여운 맺음말을 잊진 않는다.

②애교형〓 "소라 언니의 영원한 팬" 이라는 말로 시작해 얼마나 프로포즈를 애청하고 있는지 구구절절이 애교 섞인 투로 설명한다.

③선물공세형〓사탕이나 초콜릿 공세를 비롯해 종이학을 접어 보내기도 하고 스케치북만한 엽서를 부치기도 한다. 또 화선지에 붓글씨로 응모내용을 적어 보내는 이도 있다.

④진실형〓자신의 일기장을 내보이듯 개인사를 솔직하게 적어 제작진을 감동시키는 경우.

⑤애걸형〓처음부터 끝까지 "보내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로 일관하는 형.

힌트를 주자면 애걸형이 방청권을 얻기는 그야말로 별따기다. 방청권은 1장으로 2명이 사용할 수 있고 녹화 1주일 전에 제작진이 보낸다. 앞면에 이소라의 사진이 담긴 발송엽서 자체가 바로 방청권이다. 한편 "녹화현장이라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게 아쉬웠다" 는 방청객의 의견도 있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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