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프로야구] 팀은 대등, 완성도는 일본에 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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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본은 있다.

4년만에 열린 한.일프로야구 슈퍼게임에서 한국이 확인한 것은 '현미경 야구' 로 불리는 일본 특유의 '작지만 치밀한 야구' 였다.

종합성적 1승1무2패. 한국은 투수.타자 모두 힘에서는 일본에 앞섰지만 성적이 말해주는 만큼의 거리를 느껴야 했다.

그러나 9명의 투수로 4차전을 치르며 27명의 일본 투수들을 상대했던 불리함을 감안하면 여유있는 투수진 운용이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해볼 만하다는 '힘의 우위' 를 확인해준 기회기도 했다.

일본은 ▶완벽한 변화구의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들 ▶빈틈없는 짜임새를 갖춘 내.외야 수비 ▶한번 상대한 투수의 패턴을 빠르게 읽어내는 타격 ▶상대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베이스 러닝과 스피드로 한국보다 한발 앞선 플레이를 펼쳤다.

한마디로 야구의 완성도에서 한국보다는 한수 위라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제구력은 뒤지지만 스피드와 파워가 앞서는 투수진 ▶정교함은 뒤지나 힘을 앞세운 장타력이 앞서는 타선만으로 일본을 상대해야 했다.

수비와 베이스 러닝에서는 몇몇 선수들을 빼놓고는 아직도 수준차를 절감해야 했다.

한국선수들 가운데 주형광, 진필중이 제몫을 한 반면 정민태, 구대성이 부진했던 것은 컨디션 조절 실패에 따른 제구력 불안 탓이다.

주형광과 진필중이 안정된 제구력을 유지, 일본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반면 정민태와 구대성은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는 힘을 갖고서도 제구력이 흔들려 8.10, 9.64라는 형편없는 방어율을 기록했다.

타자들 가운데는 김민호(0.455).박재홍(0.333).정수근(0.303) 등 스피드를 갖춘 선수들이 타율이 높았고 양준혁.김동주.홍현우는 힘을 앞세운 장타력을 확인시켰다.

한.일의 차이는 양국 최고타자의 차이기도 했다. 전 경기에 출전한 이승엽이 홈런없이 4안타에 그친 반면 '고지라(괴물)' 마쓰이 히데키는 2경기에서 홈런 포함, 7타수 7안타를 때렸다.

' 이승엽이 "한수 배웠다.

비결은 조급함 대신 여유를 갖는 것이었다" 고 말할 만큼 마쓰이는 한수 위의 타자였다.

3경기에 등판, 1세이브를 올리며 가장 안정된 투구를 보인 진필중은 기자단 선정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주형광과 김민호는 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한편 한.일프로야구 총재는 4차전에서 대담을 갖고 다음 슈퍼게임부터 경기수(5)와 한국의 엔트리를 늘리는데 합의했다.

도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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