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분노에 TJ 맞장구…김용환의원 징계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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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이 11일 김용환(金龍煥)의원 징계문제를 논의했다. 전격적이다. 이날은 박태준(朴泰俊.TJ)총재의 1박2일간 영남권 순회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원래 회의일정이 없었다. 그런 만큼 金의원 문제로 긴급회의가 소집된 배경을 두고 말이 많았다.

결정적으론 JP(金鍾泌총리)의 분노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출신 한 의원은 "전날 있었던 대전행사에서 金의원(충남대 특강)쪽엔 9명의 당 소속 의원이 참석한 반면, JP쪽(테크노마트 개막식)엔 6명만 참석한 것에 JP가 크게 화를 냈다" 며 회의소집 배경을 암시했다.

그러나 총리실 관계자는 "무슨 소리냐. 金의원을 징계하면 오히려 그를 키워주는 꼴이 돼 JP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반박했다.

朴총재로서도 金의원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때가 됐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金의원이 허화평(許和平)전의원과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며 "許전의원과 포항북 선거구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朴총재가 칼을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근 '밀월관계' 를 과시하고 있는 JP와 TJ가 공동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金의원을 밀어내는데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朴총재는 창원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金의원의 수석부총재직 사퇴서가 수리되지 않았느냐" 고 반문해 이를 곧 수리할 뜻도 밝혔다.

그러나 金의원의 이른바 '벤처 신당' 엔 참여를 유보하면서도, 그를 징계하는 데엔 부정적인 의원들이 상당수 있어 잘못 건드릴 경우 뜻하지 않은 역풍(逆風)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간부회의의 논의도 비교적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일부 강경파는 "金의원부터 먼저 쳐야 한다" 고 주장했지만, 일단 金의원의 그동안 행적에 대한 면밀한 경위조사를 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이에 대해 지역구 충남 보령에 내려가 있던 金의원은 "충남대 발언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일 뿐" 이라며 "징계논의에 대해선 '무반응이더라' 고 표현해 달라" 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한 측근은 "징계가 내려지면 金의원의 벤처 신당론이 강화된다" 며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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