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함께 앞을 내다 보는 것이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미선아! 오빠야~~~

지금까지 만나면서 편지는 처음 쓴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주위 사람들은 1년이란 시간이 결혼 하기에는 너무 짧은 거 아니냐는 걱정도 하지만 난 우리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시간이 길다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잘 살수 있다고는 보지 않으니깐. 현재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가 중요하니깐~

널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난다. 첫 데이트 때 대하구이를 먹으러 갔잖아~

오빤 그 첫 만남에서 네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한눈에 반했었다. 재미도 없고, 눈치도 없는 무뚝뚝한 남자를 만나 얘기도 잘 들어주고, 첫 데이트에 먹기 민망한 대하구이도 맛있게 먹어주고. 지금 생각해도 웃긴 것 같아.

그때 너를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전화하고 찾아가고 했는데 넌 계속 피해 다녔지. 무섭다고~

그때는 정말 미선이와 결혼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지금은 정말 잘해주면서 그때는 왜 그랬는지.

우리 1년 동안 여행도 참 많이 다녔다. 여행 좋아하는 오빠를 만나 쉬는 날에 쉬지도 못하고, 바다로 산으로 끌려 다니고. 힘들었을 텐데도 싫다는 내색 없이 오빠 옆에 딱 붙어서 잘 따라 와주고.

첫 여행 대관령 양떼목장 간 거 생각나니? 비가 오고 안개 때문에 아쉽게 경치는 구경도 못했지만. 경포대 바다는 정말 가슴이 확 트였던 것 같아. 날씨도 안 좋은데 둘이 우산 쓰고 30분 이상을 넋 놓고 쳐다 봤잖아.

그때 우리가 이거 한 가지는 꼭 지키자고 약속한 게 있잖아. 싸우더라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기로. 지금까지 잘 지켰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결혼준비 하면서도 의견 충돌 없이 크게 싸우지 않는걸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지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결혼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결혼 준비해오다 보니 코앞에 다가왔구나.

어디서 들은 것 같아.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함께 앞을 내다 보는 것이라고.

네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위로해주고 네가 기뻐서 웃으면 함께 웃어주고. 네가 혼자 외로워하지 않도록 항상 영원히 지켜주고 함께 할게.

이 못난 오빠와 결혼해줘서 고맙고 앞으로 모든 일들을 함께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자. 미선아 진심으로 사랑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