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랑'을 실천한 열두살의 짧은 생…'사이먼 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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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라고 노래했다. 이런 역설이 가능한 것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어린이야말로 어른들이 자신들의 행동들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심은 순수와 동의어로 통한다.

새 영화 '사이먼 버치(Simon Birch)' 는 이런 동심에 카메라 렌즈를 맞추고 있다.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억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눈물샘을 자극하는 훈훈한 휴먼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사이먼 버치' 는 주인공의 이름. 영화 속에서 1952년에 태어나 열두살에 짧은 생을 마감하는 버치는 태어날 때부터 특이했다. 비정상적으로 키가 작고 허약해서 버치의 부모는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멸시했다.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아 늘 '땅콩' 으로 불리며 놀림을 당했다.

그런 버치를 사랑으로 지켜주는 사람은 친구 조와 조의 어머니 레베카. 조 또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로 아웃사이더이긴 버치와 마찬가지다. 둘의 믿음과 사랑, 우정이 급기야 '기적' 을 일으킨다.

어느날 교회 친구들과 야유회를 다녀오던 중 버스가 전복돼 강물에 빠지자 버치와 조는 필사의 구조 작업을 벌인다.

아이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버치는 조와 함께 침착하게 친구들의 무사구출을 돕는다. 평소 놀라운 일을 해내면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리라던 버치의 꿈과 확신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영화는 이제 장정이 된 조가 죽은 버치의 무덤가에서 친구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그 회억(回憶)속에는 프로테스탄트적인 엄격성과 독단을 꼬집는 것도 엿보인다. 버치가 친 야구공에 맞아 즉사한 레베카의 남편, 즉 조의 아버지가 마을 목사로 밝혀지는 대목도 그런 경우다.

존 어빙의 소설 '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 를 각색한 이 작품은 마크 스티븐 존슨 감독의 데뷔작. 버치 역을 맡은 이안 마이클 스미스의 천연덕스런 연기는 가히 천재라 할만하며, 6년전 '주라기 공원' 에서 팀 머피 역을 맡았던 어린 조셉 마젤로가 조로 출연, 보다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 20일 개봉.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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