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형성과정 규명한 연세대 연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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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센타우루스 자리의 오메가 천체가 지금껏 알려진 대로 '성단' 이 아니라 '부서진 은하' 라는 사실을 규명해낸 연세대 이영욱(李榮旭)교수 연구팀(본지 5일자30면 보도). 우리 은하 형성과정에 대한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게 만든 이번 연구는 '실력' 과 '운' 이 함께 작용한 "하늘이 도운 결과" 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첫째는 하늘이 도운 날씨. 지난 97년4월5일부터 관측장소인 칠레 안데스 산맥의 세로톨로로 천문대의 날씨가 기가 막히게 맑았다.

당시 직접 관측을 맡았던 이수창(李洙彰)박사는 "26시간의 긴 비행 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칠레에 도착하자 그 전날까지 흐리던 하늘이 어느 때보다도 맑게 개었다" 고 회고했다.

오메가 천체를 분명히 관측할 수 있는 날은 1년 중 고작 3~4일. 당시 1년에 1천5백만원밖에 되지 않던 연구비중 5백만원을 털어간 관측팀에겐 정말 행운이었다.

둘째는 연구팀만이 지닌 노하우인 디지털 영상처리 기법. 2001년 미 우주항공국(NASA)와 공동으로 발사할 '은하진화탐사선' 이 보내올 데이터들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보너스' 를 얻게 된 것이다.

세로톨로로 천문대에서 가져온 수백기가 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면 데이터는 영원히 책상 서랍 속에 묻힐 뻔 했다.

가장 결정적인 성공 요인은 연구팀이 별들의 나이를 알아내는 기법을 고유 노하우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 센타우루스 자리의 오메가 천체의 별들의 나이가 최고 20억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이 노하우로 분석해내는 데 성공, 이 천체가 별들의 나이가 똑같은 성단이 아니라 은하라는 사실을 확인해낸 것이다.

李교수가 그동안 이에 관해 발표한 논문 두 편은 지금까지 한국 학자가 발표한 논문 가운데 외국의 학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

그러나 별들의 표면온도와 밝기, 중(重)원소 함량을 이용한 나이분석 기법은 연세대 연구팀만이 완벽히 체득하고 있다.

'센타우루스 자리의'오메가 천체를 맑은 날씨에 관측하는데 성공한 외국의 연구팀은 많지만 아무도 나이편차를 측정해내지 못했었다.

李교수는 "처음에 분석결과가 나왔을 땐 너무 뜻밖이라 결과가 틀린 줄 알았다" 고 말했다.

무려 5번의 재검증을 거친 끝에 오메가 센타우루스가 새로운 은하라는 연구결과를 믿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뒷얘기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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