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대우사태 심층분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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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 중부 아칸소주의 시골 도시인 벤트힐에서 1962년 소규모 할인점으로 시작한 월마트가 30년이 채 못되는 기간 내에 세계 최대 유통업체였던 K마트를 추월한 성공요인은 어찌보면 간단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품을 항상 품절 없이, 그리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신뢰감을 확립한 게 바로 그것이다.

월마트 각 점포의 재고상황이 전용 통신위성을 통해 메이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돼 즉시 구매주문이 일어났다. 또한 자체 수송체제를 구축해 경쟁업체들이 2주에 1회씩 매장의 재고를 보충하는 동안 월마트는 1주일에 2회 재고를 보충하는 한편 대량구매와 현금지불제도로 구매단가를 낮췄다.

경쟁업체였던 K마트와 시어스 백화점 역시 최신의 경영기법을 총동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월마트 경쟁력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어 원가율 2~3%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패퇴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일보는 경제섹션을 종합경제면의 관점에서 편집해 왔다. 대우사태와 같이 특별히 일반국민 전체의 관심사가 되는 기사를 본 섹션에 게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경제에 대한 모든 기사를 한자리에 모아 독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를 골라 읽도록 하는 뷔페식당식의 접근방법이었다.

반면 다른 유력지는 경제나 기업에 대한 기사는 본면에서 다루고 11월 1일에 시작된 Money 섹션은 철저하게 개인의 재테크와 관련된 정보와 기사만으로 구성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조적인 편집방침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독자들이 내릴 것이다.

지난주 중앙일보 경제섹션의 슈퍼 재테크면에선 요사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공모주 청약정보에 대해 증권회사별 경쟁률과 배정주식수 등 심층적인 정보를 실어 정보의 유용성과 차별성을 한층 높였다.

다만 특정의 차별화된 정보를 새로 게재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사전심의 과정이 있듯이 일단 도입된 정보유형 역시 분명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정 정보가 중앙일보의 경제섹션에 반드시 실려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이야말로 지속적으로 독자를 확보하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맹물전투기' 추락사건,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 대학실험실 폭발사고, 대우사태, 투신사 구조조정, 언론장악문건 사건 등 큰 사건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워낙 큰 사건이 많이 일어나면서도 동시에 이를 잘 잊어버리는 게 우리 사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고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맹물이 섞이지 않았어도 다른 이유로 전투기가 떨어지거나, 노래방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사고마다 구체적 원인이 있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사고배경은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엄청나게 피로해진 상태인데다 규율이 무너졌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우리 언론은 이러한 측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 30년 뒤안길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우사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을 도출하는 데 있어 중앙일보의 역할을 기대한다.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리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김일섭(한국회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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