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정국 험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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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4일 부산 집회 발언으로 여야간의 대치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회의는 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겠다" 는 최후통첩을 했다.

'색깔론' 사태의 발단은 鄭의원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있는 사실을 무조건 '없다' 며 사실을 조작했는데, 이는 공산당이 전형적으로 쓰는 선동수법이자 지리산 빨치산 수법" 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것.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5일 기자회견에서 鄭의원 발언을 '국기를 부정하고 헌정을 파괴하는 국가 적대행위' 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빨치산으로 묘사했다며 현 정권 들어 최고조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정대철(鄭大哲)부총재는 "야당이 여당을 공산당으로 모는 수법은 처음" 이라고 비판했다.

李대행은 "鄭의원에 대해 정치적.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고 말했다. 국민회의 내에서는 "鄭의원 발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착수될 경우 체포동의안 처리 등의 검토가 가능하다" 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한나라당은 "鄭의원이 '없는 사실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공산당식 수법' 이라고 한 말을 견강부회해 '통수권자 모독' 이라고 말꼬리를 잡고 있다" (李思哲대변인), "국정의 동반자는 국민이 정할 뿐" (金龍洙부대변인)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회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의 여야 총무회담과 '맹물 전투기' 조사를 위한 국회 국방위도 鄭의원 발언 파장으로 진통을 거듭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공산당 운운 발언은 정치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것" 이라며 사죄를 촉구한 반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말꼬리 잡기로 언론장악 음모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 고 맞서 회담은 결렬됐다.

국방위에서도 "군 통수권자가 빨치산이면 우리 군이 빨치산식으로 운영된다는 말이냐" (張永達), "鄭의원은 '공산당 조작' 의 전문가" (安東善.이상 국민회의)라는 여당의 성토와 군의 호남 출신 편중인사를 추궁한 야당의 격돌로 회의가 무산돼 험난한 정기국회의 앞날을 예고했다.

최훈.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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