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청소하다 딸 사망 학부모 "심장질환 숨겨 죄송" 학교에 1000만원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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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정신여고에서는 한 학부모의 뜻 깊은 학교 방문이 있었다. 지난달 16일 방과후 학교 청소를 하려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숨을 거둔 1학년 김보미양의 학부모가 찾아온 것.

이 학교 이창배(李暢培)교장은 사고를 당한 학부모의 갑작스런 방문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 걱정은 곧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보미양의 아버지 김영주(46).어머니 심금숙(46)씨는 교장선생님에게 "아이가 학교에서 쓰러져 선생님들이 얼마나 놀랐겠느냐" 고 예상과 달리 오히려 학교측에 인사를 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딸을 잃은 부모들로서는 보여주기 힘든 이해심이었다는 게 학교측의 반응이었다. 보미양의 부모는 또 "보미가 학교를 사랑했다.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학교가 필요한 데 써달라" 며 1천만원을 내놓았다.'그리 넉넉지 않은 보미양의 집안사정을 잘 알고 있던 李교장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부모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고 한다.

학교측은 이에 따라 학급에서 문예부장을 맡았던 보미양을 기리기 위해 기념문고를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보미양 부모들과 학교측이 보미양의 죽음을 놓고 아무런 갈등도 겪지 않은 데는 담임교사와 학급 친구들의 정성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미양이 숨진 뒤 담임교사와 반 친구들이 보미양 책상 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국화꽃 한송이를 매일 헌화하는 등 한동안 보미양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학교와 학부모의 신뢰 관계가 다 깨진 지금 학교 현실에서 보미양 부모들의 따뜻한 마음이 교사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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