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 분리독립 시위 격화… 제2의 동티모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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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쪽에 위치한 아체주(州)의 분리독립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 2일 아체주 메울라보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보안군이 발포해 3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민 2만여명은 독립 찬반투표를 요구하며 시의회 건물과 경찰서 및 형무소 등 5개 주정부 건물과 차량을 불태우며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1일에도 시위대는 보안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백36명이 체포됐다.

아체주 독립운동단체 '자유아체운동' 의 요구사항은 ▶아체주의 분리독립 ▶이 지역에 주둔중인 보안군 3만여명의 철군 ▶독립파 주민 학살에 가담한 군부의 처벌 등이다.

아체 독립투쟁은 지난 10년 동안 2천여명의 사망자와 15만여명의 난민을 남겼지만 동티모르사태가 포르투갈과 호주의 노력으로 국제 이슈화된 데 반해 인도네시아 내부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

주민들의 독립요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동안 수도 자카르타를 ㎸?아체주에 대한 조직적인 약탈을 해왔다는 반감에서 비롯됐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수익금의 20% 가량만 아체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카르타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또한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독립운동을 수하르토 전 정권이 군을 투입해 강제 진압한 것도 중앙정부에 대한 적대심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압두라만 와히드 신임대통령이 지난 9월 당시 집권 골카르당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아체의 독립 찬반투표 실시를 지지했던 것도 새 정권 출범 이후 독립요구 시위가 더욱 격화되는 이유다.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체 반군 지도자들을 자카르타로 초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평화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도 아체지역의 자원개발 수익금 중 70% 이상을 이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유아체운동 지도자들은 독립파 주민들을 학살한 군부를 먼저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새 정부가 이를 미룰 경우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와히드 대통령은 그러나 현재 군부와 정부기구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아체의 독립 찬반투표를 섣불리 허용할 경우 인종과 종교 등의 이유로 이리안자야.암본.남술라웨시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립 움직임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럴 경우 수천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가 공중분해되고 마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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