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최고의 러닝백, 월터 페이튼, 45살로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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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학(鶴)처럼 부드러운 몸놀림 속에 차돌같은 단단함. 그는 설탕보다 달콤한 질주, 저돌적인 정면돌파로 역대 프로풋볼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거리를 달렸다.

그 화려한 풋볼 인생은 누구보다 길었지만 '인생의 길이' 는 45년이라는 짧은 세월로 끝나고 말았다.

미프로풋볼(NFL) 통산 최다 러싱야드 기록의 보유자 월터 페이튼(전 시카고 베어스)이 2일(한국시간) 45세의 한창 나이에 간경화와 싸우다 눈을 감았다.

슈퍼스타들의 은퇴(마이클 조던.웨인 그레츠키.존 얼웨이)와 죽음(조 디마지오.윌트 쳄벌레인.페인 스튜어트)이 밀레니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또 하나의 비보다.

잭슨 스테이트대를 졸업하고 75년 드래프트 4위로 프로에 뛰어든 페이튼은 87년까지 13년 동안 프로생활을 하면서 팀 동료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그라운드의 신사였다.

그는 역대 러닝백 가운데 가장 많은 러싱야드(1만6천7백26야드)를 비롯한 8개 NFL 최고기록을 보유한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동료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최고의 팀 플레이어였다.

그가 이끄는 시카고 베어스는 만년 하위팀이었으나 85년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슈퍼보울 정상에 올랐다.

그는 두차례 MVP(77, 85년)로 선정됐고 87년 은퇴후 93년 풋볼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그는 지난 2월 간 이식을 통해서만 완치 가능한 희귀한 간질환의 일종인 경화성 담도염 증세가 발견되면서 대중들에게서 멀어졌고 9개월 동안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 병마와 싸우다 눈을 감고 말았다.

11년동안 시카고 베어스의 감독직을 맡으면서 월터 페이튼과 동고동락했던 마이크 디카 현 뉴올리언스 세인츠 감독은 한마디로 페이튼의 인생을 되새겼다.

"그보다 나은 러닝백들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훌륭한 풋볼 선수는 없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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