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2004년 봄호 발표>
◇ 약력
-1962년 충남 예산 출생 -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96년 이상문학상, 98년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고래등'
소설가 윤대녕씨의 '고래등'은 황순원문학상 2심 심사에서 "가족사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밀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로 거론됐다.
정작 윤씨는 "부담스럽다"며 "전적으로 자전적인 소설로는 읽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제주시 한라수목원 근처에 있는 지금의 작업실로 옮기기 전 북제주군 애월읍에 있던 작업실 인근에 잘 지어진 집 몇 채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번듯한 빈집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노인을 그때 목격했다"는 것이다. 소설에는 시내에 살림집을 따로 두고 외곽에 지어 놓은 별장 같은 큰 집에 가끔 쉬러 오는 노인이 등장한다. 결국 "자전적 경험 반, 픽션 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윤씨는 "한 남자의 인생에서 말년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 속 '그'의 경우처럼 빈집 한채 달랑 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와 아들 간이 단절된, 세대 간 갈등을 자연스럽게 섞어 넣으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했다.
"소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다소 급작스럽게 풀리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는 "화해의 실마리를 남긴 정도"라고 답했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씨는 "그동안 윤대녕의 작품들은 어떤 문학상 후보로 올랐다고 해도 별 말이 없을 정도로 태작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아주 아름답고 시적인 대목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윤씨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것은 대표작 '은어낚시통신' 이후 비슷한 얘기들이 반복돼온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변화의 지점들이 보인다"고 김씨는 평했다. 김씨는 "나이 든 때문인지 현실이 등장하던 초기작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역마살이 낀 듯한 윤씨 소설 특유의 주인공은 이번 소설에서 집과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지만 윤씨 스스로도 변화를 얘기했다. "1990년대의 감성적.이미지적 글쓰기에서 조금씩 리얼리즘 쪽으로 옮겨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차츰 사회적인 문제에도 눈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