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91~95] 해설-인류 미디어문명의 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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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의사소통방법의 발달은 인류문명의 가장 중요한 근거의 하나다. 다른 동물보다 복잡한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언어 덕분에 인류는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자의 발명으로 의사소통의 시간적.공간적 범위를 넓힐 수 있었기 때문에 조직적인 농업문명을 세울 수 있었다. 산업문명으로의 전환은 인쇄술의 뒷받침을 받았다.

문자시대 5천년, 인쇄시대 5백년을 지나 인류문명은 또 한차례의 미디어 전환단계를 맞고 있다. 이 전환을 대표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전자미디어는 20세기를 통해 꾸준히 발전해 왔다. 전신-전화-라디오-텔레비전을 거치는 동안 전자미디어의 '즉각성' 은 이미 확인됐다.

인터넷에 이르러 '멀티미디어' 라는 또 하나의 특성이 드러나면서 전자미디어의 지배적 위치가 형성되고 있다.

즉각적인 의사전달로 인간은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고 사이버공간의 창조로 공간의 제약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멀티미디어의 발달은 사이버공간을 '가상현실' 에서 제2, 제3의 현실로 다듬어주고 있다. 여기에 생명공학의 발달이 겹쳐지면 인간이 생활공간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예견된다.

인터넷의 확장은 생산활동에서 여가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활동의 기본조건을 바꿔놓고 있

다. 이 변화는 경제와 문화면에서 이미 제도와 관습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정치.사회면의 변화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20년 후 몰라지게 달라질 인간의 모습, 문명의 모습을 예고해 주는 것이 인터넷화면이다.

김기협 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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