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도착지 어디죠" 기존 산방산說에 맞서 중문·한장동說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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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멜은 도대체 어느 곳으로 왔을까?"

서구에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알린 네덜란드인 하멜의 표착지를 놓고 제주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멜표류기에 '제주섬' 이라는 기록이 나와 있어 그가 처음 우리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곳은 제주섬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제주도 어느 지점이냐는 것.

표류기에서 묘사하고 있는 지역.정황등에서 추론한 지금까지 정론은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앞 용머리해안이었다.

제주도와 남제주군은 이 곳이 하멜의 표착지점이라며 지난 80년 1천1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6.6m 높이의 기념비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다른 의견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한국 고대 항해탐험연구소 소장 蔡바다(56)씨는 지난 4월 "하멜이 1653년 8월 스페르웨르호가 난파돼 제주에 도착한 지점은 지금의 중문해수욕장인 서귀포시 중문동 '진모살' 해변" 이라고 주장했다.

蔡씨는 하멜이 표류기에 '표착지에서 16㎞를 걸어 대정에 도착했다' 고 적고 있고 중문해수욕장 부근에 당시 숨진 에그베르츠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분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 지난 5월에는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 조선조 효종때 제주 목사를 지냈던 이익태(李益泰. 1633~1704)가 남긴 '지영록' (知瀛錄)을 근거로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 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책자는 서양인들의 난파지를 '차귀진하 대야수연변' 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 곳은 지금의 한장동이라는 것이다.

도는 제주도사연구회 (회장 고창석 제주대교수)를 비롯 도내.외 사학자등이 참여하는 학술심포지엄을 오는 28일 개최할 계획이다.

하멜의 표착지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앞서 표착지부터 정확히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학술심포지엄등 표착지 규명사업을 마친 뒤 조만간 하멜상선 건립등 하멜표류의 역사성을 재현하는 사업을 벌이겠다" 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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