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오른 옷로비 특검] 사직동팀·검찰 수사 왜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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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옷 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팀이 경찰청에서 넘겨받은 사직동팀 내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찰 수사발표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직동팀과 검찰 중 어느 한쪽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거나 수사내용을 축소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까닭이다.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도 "검찰이 축소수사를 했거나 사직동팀이 그랬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 고 밝히고 있다.

물론 핵심 관련자들이 사직동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진술을 번복했거나 서로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라면 특검팀이 차이가 난 까닭을 집중 추궁, 사건의 밑그림을 다시 그릴 수도 있다. 사직동팀 내사자료가 숨은 진실을 규명해줄 '판도라의 상자' 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직동팀과 검찰 수사간에 큰 차이가 나는 대표적인 대목은 두가지. 연정희(延貞姬)씨가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가져간 경위와 누가 대납을 요구했는지 등이다.

사직동팀에서 라스포사 종업원 李모씨는 "延씨가 값이 얼마냐고 물어와 정일순(鄭日順)사장이 값을 잘 해주겠다고 답했으며, 延씨가 사가기로 해 투피스와 함께 포장해 줬다" 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鄭사장은 "延씨가 반코트를 외상으로 가져갔으며 다음날 전화로 값이 6백만~7백만원이라고 하자 '너무 비싸다' 고 해 '4백만원에 해주겠다' 고 말했다" 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동팀 최광식(崔光植)반장도 지난 5월 국회 진상조사 과정에서 "延씨가 鄭사장의 전화를 받고 코트 배달 사실을 알았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延씨는 검찰에서 "운전수가 가져온 코트를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뒷방에 걸어놓는 바람에 배달 2~3일 뒤에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고 진술했었다.

鄭사장 전화를 받고 배달 사실을 알았다는 사직동팀 조사와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또 이형자(李馨子)씨는 사직동에서 "鄭사장이 옷값을 대납하라고 전화해와 다퉜다" 고 진술했으나 검찰에선 "배정숙(裵貞淑)씨가 검찰총장 부인과 함께 2천4백만원어치 옷을 구입했으니 대납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 말했다. 누가 정확히 옷값 대납을 요구했는지 확연치 않은 셈이다.

결국 특별검사팀이 이처럼 엇갈린 진술의 틈새를 파헤쳐 얼마나 진실을 밝혀내는가에 수사의 성패가 달렸다는 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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